일본이 지난 2일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한 후 한·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를 규탄하는 집회가 지난 주말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고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추가 경제 보복 조치는 양국 경제에 먹구름을 몰고 왔다. 5일 한국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지수는 급락했으며 일본 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일 갈등이 양국 경제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걸 금융시장이 미리 내다본 것이다.

양국은 국제적인 분업 체계 속에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경제 갈등이 확산되는 것은 양국 모두에 해가 될 뿐이다. 사태가 더 확산되지 않도록 양국 정부가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와 정치권은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 일본이 먼저 싸움을 걸어왔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득보다 실이 클 것이다. 반일 감정에 호소하고 ‘결사 항전’을 외친다고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겠는가. 일본 여행 금지 구역을 도쿄까지 확대하고 내년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일각의 주장은 그런 점에서 우려된다. 민간 차원에서 일본 여행 및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사태 해결을 주도해야 할 정부나 정치권이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의 무역보복을 극복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일본 경제를 넘어설 더 큰 안목과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려면 극일을 외치며 정신승리를 강조하는 데서 벗어나 상황을 객관화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일본경제가 우리 경제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경제 규모와 내수 시장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현 상황에 비춰볼 때 뜬금없다.

경제 보복 조치의 파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는 게 당장 필요하고 책임을 다하는 자세다. 당정청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예산, 법령, 세제, 금융 등 가용 정책수단을 총 동원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인 대책은 그것대로 추진해야겠지만 당장의 피해를 막을 단기 대책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길어지면 소재·부품 조달이 막혀 피해가 현실화되는 기업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데 맞춤형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일본의 금융 보복 가능성도 열어두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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