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시장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몽이 연상된다”는 탄식과 원성이 쏟아졌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7.46% 폭락했고 코스피지수는 2.56% 떨어져 1950선 아래로 추락했다. 코스닥은 4년7개월 만에, 코스피지수는 3년1개월 만의 최저치다. 특히 투자자의 80% 이상이 개인투자자인 코스닥시장에서는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조치인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반영하는 원·달러 환율도 17.3원이나 칫솟았다. 원화 값은 달러당 1215원을 넘었다(원화 가치 급락).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우대국) 배제가 확실시된 지난달 31일 이후 4거래일간 33.7원 폭등했다. 그야 말로 검은 월요일이었다.

여러 요소가 겹쳤지만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함에 따라 전면전에 들어간 한·일 경제 갈등에 대한 우려가 최대 악재다. 생산·투자·수출·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에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일본과의 경제 전쟁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심리가 얼어 붙었다.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되면서 환율 변동성이 커진 것도 큰 악재다.

무엇보다 금융시장의 동요에는 ‘강 대 강’으로만 치닫는 한·일 양국 갈등과 정부의 강공 일변도 대응책에 대한 불안이 깔려 있다. 역사 문제를 무역 보복으로 실행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한 분노가 높지만 국민은 양국이 정면충돌로 갈 경우 결국 한국 경제가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 핵심들은 민족적 자존심을 내세우거나 ‘전쟁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등 감정적 대응에 치중하고 있다. 여권의 안이한 인식은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이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것과 관련 “구체적으로 어떻기에 극도로 불안하다는 단어를 쓰는가”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금융시장의 요동은 한·일 경제 전쟁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롯한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시장의 경고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여권이 보다 냉철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시장의 신뢰를 얻고 국민들의 불안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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