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화장대 거울 맨 위에 ‘즐겁게 살자’라는 글자를 써놓았던 적이 있다. 왜 그런 문구를 쓰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즐겁게 살지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이지 싶다. 학과 공부, 아르바이트, 학회 활동 등에 쫓기며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어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오히려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에 여행도 가고, 취미생활도 하면서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 만약 지금 방에 그때의 거울이 있다면 뭐라고 글을 써놓을까. 삶을 슬로건대로 살아나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의미가 있다.

최근 즐겁게 산다는 것은 인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간의 흐름은 동일한데도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이유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더 이상 신기하게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렸을 때 처음 경험했던 일들은 아직까지 기억나는 경우가 많다. 즐겁게 살기 위해 필요한 건 어쩌면 주변의 일을 익숙하게 바라보지 않는 시선에서 시작할지도 모른다. 일상에서 재미있기를 기대하려면 꼭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모험에 도전하는 게 아니어도 가능하다. 대부분 일들은 상대적이다. 물의 온도는 동일하지만 우리는 여름에는 시원하다고 느끼고 겨울에는 차갑다고 느낀다. 인생이 길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너무 짧다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최인철의 ‘굿 라이프’에 보면 “단 하루 동안 하게 될 활동을 선택한다면?”과 “6개월간 하게 될 활동을 선택한다면?”이라는 질문을 사람들에게 하고 그 대답을 비교하였다. 결과는 사람들은 짧은 시간을 위해서는 즐거운 경험을 선호하고, 긴 시간을 위해서는 의미 있는 경험을 선호한다고 한다. 만약 내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뭐라고 답을 할까. 즐거운 경험과 의미 있는 경험은 예전에는 거리가 멀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즐거움은 의외로 주변에 머물러 있을 수도 있다. 특별한 일보다는 지금 하는 일이 더 즐겁게 느껴지는 이유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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