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한국 경제에 대형 악재가 또 덮쳤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기업과 가계가 전전긍긍하는 가운데 미·중 간 무역갈등이 화폐전쟁으로까지 비화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관세를 통해 상대방을 압박하고 반박하는 양상이었지만 앞으로는 통화가치로 영역이 확대된다. 미국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나라에 환율과 지나친 무역흑자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1년 뒤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해당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 제한, 해당국 기업의 미 연방정부 조달계약 체결 제한 등 제재가 가능하다.

환율전쟁이 위험한 것은 그 결과를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 자본시장의 상호 의존도가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 중국만을 겨냥한 조치가 미국에 부메랑이 됨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을 대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환율전쟁의 개막은 세계 양대 경제 대국 미국과 중국이 타협할 가능성이 당분간 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중 갈등이 장기전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환율까지 경제전쟁의 수단이 됨으로써 자유무역에 기반을 둔 통상질서가 크게 훼손됐다. 글로벌 성장세는 더욱 위축되게 됐다. 이에 따라 국제 자본이 어떻게 움직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과거 사례를 보면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채권 달러 금 등 안전자산으로,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미국 등 선진국 시장으로 자금이 대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국 금융시장은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자본의 대량 유출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고, 외환보유고 등 방화벽을 튼튼히 쌓았다. 하지만 한국은 자본시장 개방도가 매우 높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현금 지급기’로 통한다. 기업 실적 악화에다 한·일 경제 갈등으로 주가가 급락하고 있어 외국 자본의 움직임을 어느 때보다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국내든 해외든 조그만 악재에도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해 예상을 넘는 충격이 올 수 있다. 환율 관리가 한층 중요해졌다. 원화 약세가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어느 선을 넘어서면 부작용이 훨씬 커진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본 탈출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통해 환율 변동 속도를 늦추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와 미 재무부도 용인하는 것이다. 적절한 시장 개입을 통해 급격한 환율 변동을 막는 게 위기관리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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