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 시사주간지 ‘더 네이션’이 지난달 25일 송고한 ‘후쿠시마는 올림픽을 치르기에 안전한가’라는 제목의 기사. 더 네이션 캡처

대한체육회가 오는 20일부터 사흘간 일본에서 열리는 2020도쿄올림픽 선수단장회의에서 방사능 안전 문제를 공식 제기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체육회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기관과 구체적 대응 계획도 협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한국 회원 자격인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겸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회의에서 후쿠시마산 식자재와 원전 사고 현장 인근 경기장 사용에 따른 선수단 안전 문제를 집중 거론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한·일 간 통상 문제와는 관련 없는 별개의 접근인 데다 국제적 공조도 가능한 분야여서 일본 정부가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6일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큰 이슈는 방사능 문제”라며 “도쿄올림픽조직위로부터 준비 상황에 대한 발표를 들은 뒤 방사능 안전 문제를 구체적으로 질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각국 선수단장회의는 도쿄올림픽조직위가 올림픽에 참가하는 각 국가 관계자들을 상대로 올림픽 준비 상황 전반에 대해 설명하고, 각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 관계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자리다. 도쿄올림픽조직위는 이 자리에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공급 계획 등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선수단장회의에서 IOC에 별도 면담을 신청해 방사능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를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객관적인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관련 방사능 위험 수치 등 과학적 데이터 수집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체육회는 각국 NOC 관계자들과도 방사능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방사능 문제에 민감한 선진국들도 문제제기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했다. 다른 체육계 관계자도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들이 안전 문제에 예민하기 때문에 도쿄올림픽조직위나 IOC에서 방사능 이슈를 일방적으로 덮어버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방사능 문제가 최근 이슈로 떠오르면서 어느 정도 공론화된 상황이어서 다른 NOC들도 문제제기를 할 것으로 본다”며 “문제가 제기되면 IOC나 도쿄올림픽조직위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도 “아직 구체적으로 방사능 문제에 대한 IOC 입장을 듣지는 못했지만 IOC는 안전 문제에 대해선 확실하게 확인을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는 안전 대책 매뉴얼 마련을 위해 유관 기관들과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후쿠시마산 식자재 사용에 대비하기 위해 올림픽 기간 중 자체 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방안 역시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10억원 규모의 예산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능 안전 문제는 오는 26~27일 도쿄올림픽조직위가 각국 NOC를 상대로 대책을 설명하는 안보 관련 회의(security briefing)에서도 언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한·일 갈등 이슈가 아닌 선수단 안전에 관한 문제”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올림픽 개최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방사능 문제가 국제적으로 거론되면 흥행 문제 등으로 아베 정권은 정치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정부는 정치와 스포츠를 분리해 신중히 접근해야 하지만, 국회는 선수들의 안전 문제나 국민들의 우려 문제를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판 임주언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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