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곳곳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위협을 지적하는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NOlympics LA 회원들이 방사능 표시가 그려진 올림픽 개최 반대 현수막을 들고 있는 모습. NOlympics LA 트위터

일본 안팎에서 방사능 안전 우려가 연이어 제기되며 2020도쿄올림픽 핵심 이슈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환경시민단체들은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에 나섰고, 한국 단체들도 이들과 연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외신들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8주년이었던 지난 3월 이후 방사능 오염 문제를 집중보도해 국제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핵전방지를 위한 국제의사기구(IPPNW)’ 독일지부는 지난 3월부터 ‘도쿄 2020-방사성(Radioactive) 올림픽’이라는 캠페인을 전개해 오고 있다. 독일 내 다른 단체를 포함해 미국과 프랑스, 영국, 일본의 22개 반핵시민단체들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IPPNW의 독일지부장인 알렉스 로젠 박사는 성명서에서 “일본 정부가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이 마치 정상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4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는 세계 각국 시민들이 방사능 문제를 이유로 도쿄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가두 시위를 개최하기도 했다. CNN뉴스18 캡처

해외 반(反)올림픽 단체들도 최근 올림픽 보이콧 이유 중 하나로 방사능 오염 문제를 비중 있게 거론하며 일본에서 시위를 벌였다. 한국 환경단체들은 이런 국제적 움직임에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의 최경숙 간사는 6일 “유럽이나 일본 안팎에서 도쿄올림픽의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그동안 한국 단체들은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 때문에 도쿄올림픽을 반대하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조심스러웠는데, 세계 여러 단체들과 연대하는 방식으로 가능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오랫동안 모니터링해 온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인근에서 경기(야구·소프트볼) 개최, 선수단에 후쿠시마산 식자재 공급방침 등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는 20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 선수단장 회의에서 ‘방사능으로부터의 안전’이 공식의제로 오르게 되면 관련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국내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인 김영희 변호사는 “그동안 각국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일본의 방사능 위험성에 대해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며 “이 문제가 공식적인 의제로 전환이 된다면 방사능 문제를 우려하는 단체들의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유력 시사주간지 ‘더 네이션’이 지난달 25일 송고한 ‘후쿠시마는 올림픽을 치르기에 안전한가’라는 제목의 기사다. 더 네이션 캡처

이번 사안에 대한 외신들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를 비롯한 세계 주요 언론들은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올림픽 반대’ 시위 소식을 전하며 “후쿠시마 사고 피해자들에게 쓰여야 할 돈을 올림픽에 들이붓고 있다”는 시위자들의 목소리를 강조했다. 미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더 네이션’은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가 열리는 후쿠시마 아즈마 스타디움 주변의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를 초과해 방사능 불안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부는 도쿄올림픽 보이콧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체위 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안전성이 담보되지 못하면 올림픽을 보이콧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약점인 방사능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일본 경제 보복에 상응하는 조치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올림픽 선수단에 제공되는 식품 안전성 문제 등 각종 청원을 IOC에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현수 김유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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