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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김영석] 국가대표의 품격


지난해 9월 3일 인천국제공항.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이 귀국했다. 선수들의 목에는 금메달이 걸려 있지 않았다. 환영 인파는 정운찬 총재 등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가 전부였다. 정 총재가 선동열 감독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는 것으로 환영행사는 끝났다. 인파가 몰렸던 축구 국가대표팀의 입국 현장과는 딴판이었다. 두 대표팀 금메달의 무게 차이가 느껴졌다.

야구 국가대표팀은 예비 엔트리 발표 때부터 줄곧 논란의 대상이 됐다. 병역 기피 논란이다. 중심에는 LG 트윈스 오지환과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이 있었다. 그들은 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 면제를 받기 위해 입대를 끝까지 미뤘다. 경찰야구단과 상무 입대조차 회피했다. 선 감독과 정 총재는 국정감사 증언대에 서야 했다. 연신 국민의 정서를 헤아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조아렸다. 결국 선 감독은 물러나야만 했다.

추신수. 고교를 졸업한 2001년 한국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마이너리그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2005년에야 메이저리그 무대에 섰다. 추신수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된 뒤 금메달을 따는 데 일조하면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 야구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런 추신수가 두 아들의 국적 포기를 선택했다. 아들 본인의 선택인 점을 강조했다. 국내에서 논란이 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뛰면서 병역 특례를 받은 그가 할 소리는 아닌 듯하다.

국민체육진흥법에는 “국가대표 선수란 통합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또는 경기단체가 국제경기대회에 우리나라의 대표로 파견하기 위해 선발·확정한 사람을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국가대표다. KBO 규약에는 국가대표팀 운영규정이라는 게 있다. 4조에는 선발 배제 조항이 있다. 승부 조작,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마약류 연루, 병역 비리, 성범죄로 KBO로부터 징계를 받은 자로 한정하고 있다.

허점투성이다. 우선 금지약물 복용 전력이 빠져 있다. 금지약물 복용 선수가 국가대표로 선발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실제 사례가 있다. 지난해 KBO리그 MVP였던 두산 베어스 김재환은 2011년 10월 파나마 야구월드컵에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돼 1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도 지난해 대표팀에 뽑혔다. 최근 발표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대표팀 1차 엔트리 90명에 그의 이름도 포함됐다. 도쿄올림픽 예선을 겸하고 있다.

김재환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원정 숙소에 여성들을 데려와 성폭행 혐의까지 받았던 키움 히어로즈 투수 조상우도 명단에 포함됐다.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 전력이 있는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이학주도 들어 있다. 지난해 병역 기피 논란의 핵심이었던 오지환과 박해민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수많은 병역 미필 선수들이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또다시 ‘병역 미필자 끼워 넣기’ 관행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국가대표는 모든 운동선수의 꿈이다. 국민은 그들의 활약 하나하나에 따라 울고 따라 웃는다. 그러기에 자격 요건도 까다로워야 한다. 지난해 야구 국가대표팀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국가대표를 병역 기피의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선수들을 배제해야 한다. 금지약물 복용, 음주운전 등 수많은 일탈 행위 선수들도 차단해야 마땅하다. 다음 달 3일 45명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문제 선수들을 걸러낼 것으로 기대한다. 국가대표의 품격은 스포츠계 스스로 지켜야 한다.

9일은 고(故) 손기정옹이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날이다. 83년 전 결승선을 통과한 그는 만세도 환호도 하지 않았다. 시상대에 선 그는 일장기가 오르고 일본 국가가 흘러나올 때 들고 있던 월계수 나무로 옷에 새겨진 일장기를 가렸다. 그는 일본이 아닌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였다. 국가대표의 품격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날이다.

김영석 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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