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한·일 경제전쟁 계기로 탄력근로제 확대 이상의 주52시간제 개선책 마련하길
OECD가 권고한 것처럼 획기적으로 규제를 혁파하고 노동시장도 과감히 개혁해야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6월 고용동향을 보면 상반기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보다 28만1000명 증가해 지난 2월 이후 고용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층을 제외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고용률은 67.2%로 통계치를 작성한 이후 가장 높았다. 상반기 기준으로 임금근로자 중 1년 이상 고용계약 기간이 보장된 상용직 근로자 비중도 통계치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인 69.5%여서 정부는 질적인 측면에서도 고용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올 상반기 고용상황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한·일 갈등 등 최근의 상황 변화를 고려하면 향후 일자리 전망이 그렇게 긍정적일 수는 없다. 정부 재정으로 만들어지는 노인 일자리가 고용창출을 주도하는 경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60세 이상 근로자의 일자리 증가폭은 2017년 24만2000명, 2018년 23만4000명이었는데 올 6월에는 37만2000명으로 대폭으로 늘어났다. 연령계층별로 세분해 보면 일자리가 늘어난 계층은 60세 이상과 함께 25~29세(4만2000명), 50대(12만7000명)뿐이다.

경제의 주력 계층인 30대와 40대의 취업자 감소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30, 40대의 월평균 취업자 감소폭은 각각 2017년 7만9000명, 2018년 17만8000명이었다. 2019년 6월에는 21만4000명으로 늘어났다. 국제기준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주1시간 이상 일하면 취업자로 분류되는데, 17시간 이하 일하는 초단기 근로자의 월평균 증가폭이 2018년 상반기 14만5000명, 하반기 17만1000명, 2019년 상반기 26만9000명으로 늘어났다.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공공부문 일자리 외에도 정부 재정에 의해 유지되는 일자리가 더 있다. 2년간 30% 가까이 오른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일자리 안정자금의 지원을 받는 30인 미만 사업체의 많은 일자리다. 주력 민간부문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정부 재원으로 만들어지는 일자리에 의해 고용이 유지되는 상황은 향후에도 계속될 듯하다.

한국고용정보원 등의 전망에 따르면 8개 주력 제조업종과 건설업, 금융보험업의 올 하반기 일자리는 5만4000개 줄어들어 2013년 이후 최대 규모의 일자리 감소가 예상된다. 고용이 늘어나는 업종으로 조선과 반도체가 제시되었는데, 일본의 수출규제가 지속되는 한 주력업종의 고용 감소폭은 더 클 것이다.

주력업종의 부진, 고령화 등을 감안할 때 정부 주도의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정부 주장도 아주 틀린 건 아니나 세금으로 만들어진 일자리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민간부문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부족하니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고, 그래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니 세금으로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시급히 끊어야 한다.

민간이 주도하는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모든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있어서 일자리에 최우선 순위가 정해져야 한다. 일자리 영향평가 강화 등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라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일자리에 미치는 효과가 면밀히 분석돼야 한다.

일자리의 질도 고려해야 하지만 정부 주도의 단기성 일자리에 의존하는 현 상황에서는 일자리의 양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인상률이 대폭 낮아져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같은 일자리 파괴 정책이 더 이상 집행되어선 안 된다. 특히 조선업, 자동차산업 등 주력산업이 어려운 시기에 일자리에 부정적인 정책을 집행한다면 고용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난 2년간의 최저임금정책으로 경험하였다.

준비 없이 전격적으로 시작한 주52시간제는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내년도에 주52시간제가 중소기업에서 시행된다면 고용에 대한 파괴력은 최저임금 이상일 것이다. 탄력근로제 확대 등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범위 이상의 근본적인 개선책이 나와야만 한다.

공유경제 등 신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여야 하는 시대에 대규모 제조공장에 어울리는 획일적인 주52시간제가 고용에 주는 악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조치의 하나로 화학물질 관련법과 주52시간제에 대해 부분적으로 한시적 규제 완화를 고려하고 있다. 한·일 간 경제전쟁을 계기로 관련법들의 적정성을 일자리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여야 한다.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진다. 우리나라 생산성은 OECD 상위권 국가의 절반 수준,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3분의 1 수준이다. 최근 OECD의 권고대로 획기적으로 규제를 혁파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완화 등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 특히 정체 상태인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제고를 위해서는 규제 혁신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

박영범(한성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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