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10월 28일 92t짜리 황새치잡이 배 앤드리아게일이 미국 북대서양에서 실종됐다. 캐나다 노바스코샤 남쪽 세이블섬에서 290㎞ 떨어진 곳에서 프랭크 빌리 타인 선장이 오후 6시 같은 회사 어선과 무선통신을 한 게 마지막이었다. “폭풍이 오고 있다. 강한 폭풍이 오고 있다.”

미국의 언론인이자 작가 세바스찬 융거가 앤드리아게일의 난파 얘기를 1997년 책으로 펴냈다. ‘퍼펙트 스톰: 바다에 맞서 싸운 사나이들의 진짜 이야기’란 제목의 실화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퍼펙트 스톰이 일반인들에게 친숙하게 된 것은 볼프강 페테르젠 감독의 2000년 영화 때문이었다. 조지 클루니가 망망대해에서 사투를 벌이는 선장 타인 역을 맡았다. 강한 바람과 포효하는 바다를 표현한 특수효과와 음향효과가 스크린을 압도하고 인간의 눈물겨운 저항이 그려졌다.

당초 앤드리아게일호를 덮친 폭풍은 이름이 없었다. 소규모 온대성저기압이었으나 허리케인 그레이스를 흡수하면서 세력이 커져 막바지에 본격적인 허리케인이 된 때문이었다. 최고 풍속 시속 120㎞로 13명의 사망자와 2억 달러의 재산 손실을 냈지만 그저 ‘핼러윈 폭풍’ 등으로 불리다가 나중에 ‘1991년 퍼펙트 스톰’으로 명명됐다.

퍼펙트 스톰은 융거가 미 기상청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들은 단어를 제목으로 차용한 것이다. 작은 폭풍이 둘 이상의 자연재해와 겹치면서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기상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가 됐다. 월가의 대표 비관론자로 닥터 둠(파국을 예언하는 박사)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는 2011년 6월 세계 경제를 예측하면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 미국의 재정적자, 유럽의 경제위기,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 악재가 겹쳐 퍼펙트 스톰이 세계를 강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의 경제보복에다 미·중 무역마찰이 겹치면서 환율과 주가가 요동쳤다. 가뜩이나 성장세와 수출증가율이 꺾인 상황이라 충격이 작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경제뿐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은 외교적으로도 구한말을 연상시키는 사면초가에 처한 형국이다. 앤드리아게일은 사투에도 불구하고 결국 침몰했다. 선원 6명이 실종됐고, 난파 잔해 몇 점만 발견된 채 12일 만에 실종자 수색작업이 중단됐다. 대한민국호는 희대의 폭풍을 기필코 이겨내야 할텐데 걱정이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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