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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 ‘냥이’는 교회 가면 안 되나요

창조 섭리로 본 ‘동물 축복권’

민숙희 사제(왼쪽)가 지난해 5월 인천 강화군 석모도 성공회 석포리교회에서 열린 반려동물 축복식을 집례하고 있다. 민숙희 사제 제공

#17년 전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이모(41·여)씨는 평소 동물을 홀대하는 건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행위라고 생각해 왔다. 이씨는 9일 “반려동물과 예배를 드릴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교회를 옮기겠다”면서 “동물을 하찮게 여기거나 인간과 비교하며 차별하는 교인들에게 늘 상처를 받고 있어 스트레스가 크다”고 하소연했다.

#남편과 3년 전 사별한 뒤 고양이와 사는 표모(63·여) 권사는 어느새 고양이와 가족이 됐다. 의지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신앙생활도 함께하고 싶어 담당 목사와 상담했지만, 교회에 함께 나갈 방법은 없었다. 표 권사는 “멀리 사는 자식들보다 가깝게 지내는 고양이가 좋다. 가끔 가정예배도 드린다”면서 “내가 찬양하고 성경 읽을 때 옆에 앉혀 둔다. 함께 예배드린다는 것 자체가 좋다”고 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 1200만명 시대다. 교인 중에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가족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함께 살아가면서 가족과 같은 존재가 되어서다. 자신의 반려동물이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 존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반려동물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싶어하는 교인들이 늘어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 한 기독교방송에서는 전화상담 코너에 자신이 키우고 있는 강아지를 위해 기도해달라는 요청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바람과 현실의 차이는 크다. 대부분 목회자는 반려동물을 축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다. 갈등은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목회자들이 모인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반려동물 축복식’과 ‘동반 예배’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많았다. 응답 중엔 “(동물은) 예배와 기도, 찬양의 대상이 아니다”는 날 선 반응도 있었다.

반려동물과 예배를 드리고 싶어하는 교인과 목회자들의 인식 사이에 이 같은 틈이 생긴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창세기에 대한 이해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하나님이 인간뿐 아니라 동물도 동등한 축복으로 창조하셨다는 걸 교회들이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명령을 인간이 독점한 게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동물도 인간과 동등하게 생육하고 번성해야 할 대상이라는 의견인 셈이다.

장윤재 이화여대 기독교학 교수는 “성경은 동물을 인간보다 보잘것없는 존재로 보지 않는다”면서 “창세기 1장 22절엔 ‘생육하고 번성하여 여러 바닷물에 충만하라 새들도 땅에 번성하라’며 인간뿐 아니라 동물도 축복의 대상으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물 축복이 성경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앤드루 린지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쓴 ‘동물 신학의 탐구’를 번역해 우리나라에 소개했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가 하나님이 창조한 모든 피조물이 존중의 대상이 되길 바랐다. 장 교수는 “여전히 동물에 대해 정복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 안타깝다”면서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축복하신 동물들을 정복하고 공장식 사육을 통해 기른 뒤 잡아먹고 학대하는 건 성경의 가르침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말했다.

해외 교회들은 성 프란시스 축일(10월 4일)을 전후해 반려동물을 위한 축복식을 하고 있다. 이날은 동물과 소통했던 성 프란시스를 기념하는 날이다. 호주 멜버른 성 쥐드 성공회성당이 브라이튼연합교회와 함께 지난해 10월 7일 ‘에큐메니컬 애완동물 축복식’을 가졌다. 당시 교회는 “애완동물뿐 아니라 크고 작은 동물들을 위한 예배이며 이들에게 축복을 베푼다”고 광고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스미스버그의 시온연합감리교회도 2014년부터 ‘애완견과 함께하는 예배’를 드리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교인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당시 지역 언론과 인터뷰했던 알 딜 목사는 “반려동물을 집에 두고 다니는 걸 원치 않는 교인들이 있는데 이들에게 반려동물과 따뜻한 환대를 받을 장소를 제공하고 싶어 예배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축복식에 참석한 교인들이 예배를 드리는 모습. 민숙희 사제 제공

우리나라에서도 동물을 축복의 대상으로 보는 교회들이 있다. 대한성공회 민숙희 사제는 2016년 구제역 파동 직후 ‘노아의 방주 예배공동체’를 만들었다. 당시 구제역으로 3만 마리 이상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민 사제는 “인간의 탐욕이 부른 재앙이었다.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이렇게 내버려 둬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생겨 예배공동체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공동체에선 동물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동물들을 위한 축복식도 진행된다. 민 사제는 “하나님이 왜 노아의 방주에 사람뿐 아니라 온갖 동물을 태우라 명하셨는지 생각해보면 지루한 동물권 논쟁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면서 “두고두고 잡아먹으란 의미가 아니라 모두 하나님의 축복을 받을 만한 생명체란 뜻이 아니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인간이나 동물이나 어느 존재가 낫거나 낮지 않다”면서 “인간이 대우받기 위해선 다른 존재를 먼저 존중하고 대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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