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총인구의 30% 넘게 차지하는 거대인구(1, 2차 베이비부머)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고령자에 편입된다. 신생아가 줄어 온 나라가 큰 시름에 빠졌는데, 앞으로 20년 동안 고령자까지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이걸 보며 도대체 이 나라에 미래라는 게 있는 건지 푸념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이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이 말은 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궁금하거든 고개를 들어 ‘우리의 중소도시’를 보라고. 지방의 현실을 본 사람들은 다시금 고개를 숙일 것이다. 그만큼 지방의 어려움은 우리나라를 집어삼킬 만큼 위중하고 심각하다.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방 중소도시들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더욱 자주 던지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이 한창인 지역을 가보면 자주 듣는 말이다. “청년이 살아야 지방이 산다” “청년이 미래다”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인구소멸을 우려하고 있는 지역들은 과거 20~30년간 젊은 인구의 지속적인 유출이 있었던 곳이다. 청년들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을 마련했고, 창업도 독려했지만 그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청년들이 대도시에 눌어붙어 스펙을 쌓는 데 온 힘을 쏟고 관공서와 대기업 문만 두드린다고 손가락질할 수는 없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 당신이 청년이라면 쇠락하는 지역으로 돌아가 남은 50년을 불사를 자신이 있겠는가.

지방 중소도시는 젊은피가 절실하다. 하지만 절실함이 가능성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어떤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지 냉정히 생각해야 한다. 나는 지방 중소도시들의 생존에 베이비부머가 큰 밑거름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이들의 귀향이 지방을 살리고, 이후에 청년들도 끌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이런 귀향 인구는 다음의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가장 중요하게는 ‘고향에 대한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정착한 베이비붐세대는 이제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다. ‘수구초심’이라고 했던가. 짐승도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난 쪽으로 둔다는데 사람이야 어떠하겠는가.

둘째로, ‘두터운 인구층’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다. 1차와 2차 베이비부머를 모두 합하면 1600만명이 넘는다. 수도권과 지방 5대 광역시에만 1100만명 넘게 살고 있다. 수가 많다는 건 그만큼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낄 때 힘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베이비붐세대가 지방 중소도시에 희망이 되는 마지막 이유는,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다른 어떤 계층보다 가장 자산이 많다는 점, 그래서 강력한 소비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고령자를 보며 앞으로의 고령자를 상상해서는 안 된다.

베이비부머의 상당수가 고향을 떠나 타지에 정착했다. 이들이야말로 쇠락해가는 고향에 마음 아파하고, 어떻게든 스러져가는 추억을 붙잡으려 한다. 하지만 아지랑이 속에 잠겨 있는 듯한 고향의 아련함은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거세게 몰아친 도시화의 과정에서 고향은 제 모습을 지키지 못했다. 떠나온 자가 생각하는 고향은 무너져 버린 지 오래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들을 다시 받을 수 있는 ‘고향의 여건’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귀향 인구가 정착할 주거공간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도록 재취업 시스템도 갖추고, 또한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최근에는 몇몇 베이비부머들을 만나 심층적인 면담도 진행했다. 아직 독립하지 못한 자식, 간당간당한 생활비, 앞으로의 건강, 은퇴 후 함께 놀 친구 등 다양한 걱정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중 하나라도 걸리면 귀향이 꺼려진다고 말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학술 문헌 속에 언급된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귀향을 어렵게 하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요인도 있었다. 바로 ‘배우자의 반대’였다. 주로 여성 쪽 베이비부머의 반대다. 베이비부머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 하지만 이들은 귀향 논의에서 소외되어 왔다. 우리 머릿속에 박힌 베이비부머들의 모습은 남성은 밖에서 일하고, 여성은 가사와 자녀 양육을 맡는 식이었다. 그러니 은퇴에 대한 얘기도, 귀향에 대한 의견 조사도 주로 경제권을 주도한 남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여성 베이비부머가 왜 귀향에 반대할까? 다음 칼럼에서 자세히 얘기해 보도록 한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