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K팝으로 필리핀 영성 깨웠다

신일교회 청년국 30여명, 까얀 지역 5박6일 단기선교

서울 신일교회 청년팀과 필리핀 까얀 지역 대표팀 농구선수들이 지난달 25일 경기를 마친 뒤 같은 유니폼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일교회 제공

지난달 25일. 필리핀 일로일로주 까얀 지역의 한 고등학교 농구 코트에 유니폼을 맞춰 입은 청년들이 둥글게 모여 서로의 허리를 감쌌다. 경기에 임하며 한마음으로 기도하기 위해서였다. “아멘”을 외치며 파이팅을 다짐한 선수들은 서울 금천구 신일교회(이권희 목사) 청년국 소속 성도들. 상대팀은 이 학교 교사와 지역 대표선수들이었다. 전반전을 마치고 선수들이 벤치로 향했지만 코트의 열기는 식을 겨를이 없었다. 신일교회 청년들로 구성된 K팝 댄스팀이 ‘하프타임 쇼’를 펼치며 관객석을 들썩이게 했다. 지난달 22일부터 5박 6일간 진행된 이 교회 청년 단기선교팀 활동의 한 장면이다.

청년국 담당 박효범(37) 목사는 8일 “필리핀에선 농구가 국기로 여겨질 만큼 국민적 스포츠라는 점과 청소년 세대의 K팝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면서 “이번 단기선교를 위해 청년들과 4개월여 특훈하듯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방문한 까얀 지역은 일로일로에서 버스로 1시간을 넘게 달린 뒤 지프니(현지 서민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로 갈아타고 가야 하는 농촌 마을이다. 마을의 유일한 한국인은 김현우(까얀김포제일교회) 선교사다. 어른 성도는 15명뿐이지만 유아 청소년 성도가 100명 가까이 되는 곳이다.

30여명의 청년들은 다양한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초등학교엔 컴퓨터와 프린터를 전달했고, 울타리가 없어 도난사고가 빈번했던 교회엔 예쁘게 페인트가 칠해진 담장이 세워졌다.

최고의 선물은 문화 콘텐츠였다. 마을 곳곳을 돌며 노방전도를 하는 동안 골목 어귀에선 어김없이 K팝 공연과 복음을 주제로 한 스킷드라마가 펼쳐졌다. 동네 아이들의 손엔 성경 구절이 적힌 약과와 현지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핸디 선풍기’가 들려졌다. 가장 뜨거운 반응은 역시 농구 코트에서 나왔다.

코트 위 양국 선수들은 이날 같은 엠블럼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다. ‘십자가를 진 예수님을 따라 농구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JBJ(Jesus Baby Jordan)’였다. 농구로 복음을 전하며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이항범 JBJ 대표(국민일보 5월 3일자 33면 참조)의 지원 덕분이다.

박 목사는 국내 동호회 농구계의 최강자로 꼽히는 아울스(Owls)의 소속 선수로 뛴 경력을 갖고 있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차례는 코트를 달리며 농구와 선교를 접목하려는 비전을 구체화하고 있다. “현지인들의 관심사에 주목하는 게 선교의 첫걸음입니다. 그들의 관심에 응답하면 마음의 빗장이 열리고 복음이 들어갈 수 있죠. 경기장에서 함께 땀 흘리는 것만큼 훌륭한 전술이 있을까요?(웃음)”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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