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이른바 ‘7말 8초의 강제휴가’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따져보자면 그렇다. 올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기 시작한 친구 A는 뒤늦게 여름방학의 존재를 알고 적잖이 충격에 빠졌다. 방학은 예상했지만 하필 극성수기로 꼽히는 7월 말부터 8월 초일 줄은 몰랐다. 주변에선 ‘7말 8초 강제휴가의 굴레’에 진입했다고들 말한다. 휴가에서 중요한 건 ‘쉼’이라고 생각해 온 A는 ‘극성수기 바가지요금 기승’ ‘극성수기 교통체증 절정’을 남의 일로만 여겨왔다.

하지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보니 그에게도 7말 8초가 무더위만큼 무서운 현실로 다가왔다. A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부터 중학생까지 아이들에게 주어진 휴가 기간이 7말 8초에 몰려있다는 사실이 의아스러웠다(수험생인 고등학생은 이마저도 어렵다고들 한다). 기자인 내게 취재를 의뢰했다. 7말 8초 극성수기는 휴가 최적기로 수요가 몰려서 생긴 것인지, 방학이 그때라 어쩔 수 없이 휴가를 가는 이들이 많은 것인지 알아봐달라고 했다. 짐짓 현명한 사람 흉내를 내며 ‘어린이집 원장 말도 맞고 네 말도 맞느니라’라고 답했다가 화만 불러일으켰다.

등짝을 한 대 맞고 난 뒤에야 자세를 가다듬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어린이집 원장의 말도 맞는다는 건, 대개 7말 8초에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완성차 업계가 공장 가동을 멈춘다는 데 근거한 판단이다. 완성차 업계가 공장을 멈추면 하도급업체도 일손을 멈춘다. 어림잡아 수만명에서 십수만명이 휴가를 맞는다. A의 항변. “한국 사람들이 죄다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건 아니잖아.” 그러게.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생 태권도학원부터 중학생 수학학원까지 학원들마저 이 기간에 쉬는 건 왜일까. A의 주장대로라면 보육·교육기관의 방학이 7말 8초를 극성수기로 모는 주범(?)이다. 어느 중학생 보습학원 원장의 말은 이렇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가기 때문에 그때 쉬는 게 안전하다.” 남들 쉴 때 쉰다는 거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올여름 극성수기에 하루 평균 491만명이 이동한다고 예측했다. 극성수기에 휴가를 즐기기 위해 매일같이 인구의 10분의 1이 교통지옥으로 뛰어드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총 7426만명의 자가용 이동이 예상되는 이 기간(7월 25일~8월 11일)을 특별교통대책기간으로 정했다. 여름은 긴데 하필 왜 이때 수백만명이 휴가를 가느냐. 이런 걸 따지고 드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개인의 선택이니까. 갑자기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해야 한다거나, 학원 수업을 빠지는 게 아까울 수는 있지만 기회비용을 감안해 선택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수백만명이 특정 시기에 다 같이 휴가를 보내는 건, 개인적인 일로만 치부하기엔 규모가 너무 크다. 정부가 교통대책을 세워야 할 정도니 말이다. 원하지 않는데 강제휴가를 가야 하는 사람도 있고, 어느 사무실에선 이 강제휴가가 겹치는 사람들끼리 눈치싸움을 벌이고 마음 상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창의성과 다양성을 마음껏 발휘하고 누릴 수 있는 휴식 기간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클리어 해야 할 미션’으로 변질된다. 수백만명이 한 흐름으로 같은 기간에 일상을 멈추고 휴가지로 뻗어가는 획일성은 때론 상상만으로도 사람을 지치게 한다. A는 강제휴가를 가는 대신 방학 공백을 메우느라 진땀을 뺐다. 정부의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기대했지만 턱도 없는 일이었다. 겨우 지인의 도움을 받아 5일을 죄인의 심정으로 보냈다. A는 이렇게 ‘미션 클리어’ 했다.

북적이는 곳에서 놀아야 기분이 나는 사람도 있고, 가장 더울 때 떠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다만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은 방학을 재량껏 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 업계 종사자도, 학부모도, 아이도 극성수기를 슬쩍이나마 피할 수 있을 테니까. 변화는 일상의 작은 공간에서 싹튼다. 달라진 휴가문화를 꿈꿔본다.

문수정 산업부 차장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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