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에 밤잠을 설치는 축구팬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갈할 유럽 축구가 개막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프랑스 리그앙이 10일(한국시간)에 가장 먼저 축포를 터뜨리면 17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독일 분데스리가, 25일 이탈리아 세리에A가 순차적으로 막을 올린다.

2019-2020시즌 유럽 축구는 어느 때보다 많은 이야깃거리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최고 스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이제 차범근이 보유한 한국 선수의 유럽 최다 골 기록 경신을 준비하고 있다.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와 함께 ‘팬심’을 양분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는 방한 경기 ‘노쇼’ 사태를 계기로 한국팬 상당수를 잃고 올 시즌을 출발하게 됐다. 지네딘 지단이 몰락한 레알 마드리드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 리버풀이 27년 만에 비원의 리그 우승을 차지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한국 축구사 다시 쓸 손흥민

손흥민은 지난 시즌에 만개한 기량을 펼쳤다. 리그와 컵대회를 포함, 48경기에 출전해 20골을 터뜨렸다. 동료 공격수 해리 케인이 잦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틈에 손흥민은 시즌 내내 맹활약하며 토트넘을 구단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까지 올려놨다. 토트넘은 비록 준우승했지만,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 통산 득점을 12골로 늘려 막심 샤츠키흐(11골·우즈베키스탄)가 보유한 아시아 선수 최다 골 기록을 경신했다.

손흥민이 그동안 유럽에서 수확한 득점은 모두 116골. 차범근이 보유한 한국 선수의 유럽 최다 득점기록(121골) 경신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손흥민은 시즌을 앞두고 8일 구단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지난 시즌은 역대 최고였다. 다음 시즌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며 “지난 시즌보다 더 나아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황의조·이강인·이승우, 득점 조준한 한국산 주포들

황의조(지롱댕 보르도)는 지난달 20일 일본 감바 오사카에서 이적했다. 이적 후 보름 만에 프리시즌 경기에서 골맛을 보며 예열을 마쳤다. 팬들은 지난해 아시안게임 대표팀 및 국가대표 시절 ‘원샷원킬’의 위력이 프랑스에서도 재현되길 기대하고 있다. 보르도의 개막전은 11일 새벽 3시에 시작되는 앙제 원정경기다.

한국 축구의 미래인 두 ‘샛별’ 이강인(발렌시아)과 이승우(헬라스 베로나)는 각각 스페인과 이탈리아 리그에서 골문을 노린다. 이강인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골든볼을 수상한 뒤 다른 팀의 구애를 받았지만 결국 잔류를 선택했다. 다만 출전 기회는 전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은 지난 6일 “이강인에게 출전 시간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발렌시아의 개막전은 18일 새벽 2시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홈경기다. 아시안게임 이후 잠잠한 이승우의 1군 무대 골이 언제 터질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 시즌 2군에서 세리에A 진입에 성공한 헬라스 베로나는 26일 볼로냐와 개막전을 치른다.

‘메호대전’ 결과는?

‘메시가 낫냐 호날두가 낫냐’는 메호대전은 10여년째 계속돼 온 세계축구계 최대 난제다. 하지만 한국에서만은 이미 승부는 끝났다. 노쇼 사태의 장본인 호날두에 축구팬들이 레드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객관적 성적마저 일방적으로 호날두가 밀릴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호날두는 30대 중반의 나이이지만 자기관리가 철저해 이번 시즌에도 여전한 득점력을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 유벤투스의 9시즌 연속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대한 집념도 강한 편이다.

메시는 올 시즌 한국 팬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으며 호날두와 경쟁하게 됐다. 앙투안 그리즈만을 새 식구로 맞이한 메시는 루이스 수아레스와 새로운 3각 편대의 중심으로 또다시 우승컵 수집에 나선다. 지난 시즌 리버풀에 믿기지 않는 역전패를 당하며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실패한 메시가 와신상담하며 내놓을 결과물에도 팬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의 팬심은 올 시즌이 끝나는 내년 5월 메시와 호날두의 득점, 이들 소속팀의 순위 등을 놓고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27년 만의 우승 노리는 리버풀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은 세계 최고 구단들을 제치고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2% 부족한 것이 바로 리그 우승이다. 리버풀은 1993년 EPL이 출범한 이래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던 지난 시즌에도 맨체스터 시티에 아깝게 우승컵을 내줬다. 하지만 모하메드 살라, 사디오 마네, 피르미누의 막강 공격라인이 건재한데다 위르겐 클롭 감독의 리더십이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어 올 시즌이 우승의 적기가 될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부활을 위해 복귀한 지단 감독의 꿈은 실현될까. 지난 시즌 무관에 그친 레알 마드리드는 에당 아자르, 루카 요비치 등 스타들을 영입하며 호날두의 공백을 메우는 중이다. 프리시즌에서는 패배를 거듭하며 실망을 안겼지만 챔피언스리그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지단의 지략을 믿는 팬들은 여전히 많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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