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8개 부처 및 위원회의 장관급 인사를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주미 대사도 바꿨다. 청와대는 개혁 정책을 일관성 있게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데 역점을 두었고 도덕성과 전문성을 우선 고려했다고 설명했지만 일부는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인선이라 우려스럽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내정한 것은 ‘오기·독선 인사’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사정기관을 총괄하던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대통령의 최측근이 공정한 선거관리를 책임져야 할 법무부 장관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명박정부 시절 권재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할 때 당시 야당이던 현재의 여당은 “선거 중립을 내팽개치고 여당에 유리한 판을 짜겠다는 불순한 의도”라고 반발하지 않았던가. 특히 조 후보자는 SNS에 야당 등 정치적 반대세력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수시로 올려 정치 갈등과 국민 분열을 부추겼다. 민정수석 때 인사 검증에 여러 차례 실패한 책임도 크다. 검찰 개혁, 법무부 탈검찰화 등 권력기관 개혁 의지를 높이 샀다고 하지만 야당이 극구 반대하는 그가 장관이 되면 강 대 강 대립을 불러 오히려 개혁 법안 처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내정을 강행한 것은 야당이 뭐라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외교·안보 상황에 책임이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그대로 둔 채 주미 대사만 교체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야당의 외교·안보 라인 교체 요구를 정치 공세로 치부해 안이하게 판단한 것은 아닌가. 잘못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새 진용을 구축해 국정 쇄신의 전기를 마련해야 했다.

대한민국의 대내외 환경은 매우 엄중하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와중에 한·일 갈등까지 겹쳤다. 북핵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은 다시 높아가고 있다. 성장률은 내리막길을 걷는 등 경제 여건도 우울하다. 총체적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국론을 결집하고, 능력과 도덕성을 고루 갖춘 인사들을 중용하는 게 옳다. 그런 면에서 ‘8·9 개각’은 미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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