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가 어렵고 지겹고 짜증난다는 아내 얘기에 수긍이 갔다. 한·일 경제전쟁 이슈가 터지면서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같은 생소한 반도체 소재 이름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린다. 기사 내용도 어렵거니와 환율전쟁, 경제전쟁 같은 ‘싸움’ 소식이 한 달 넘게 이어지니 지겨울 만도 하다.

보복성 짙은 일본의 수출규제는 우리 경제 주축인 반도체산업부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 여파는 여러 기업의 생산·투자·고용 감소로 이어진다. 그렇잖아도 경제성장률은 자꾸 떨어지는데 일본의 행태는 우리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다. 그래서 이 뉴스는 중요하고 비중 있게 다뤄질 만하다. 허나 생업 현장에서 빠듯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겐 여전히 어렵고 복잡하게 여겨질 것이다.

짜증이 심해진 건 폭염 탓만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 등 열강의 틈바구니에 처한 우리나라의 현실 때문이다. 짙어지는 보호무역과 자국 이기주의 흐름 가운데 우리나라만 이리 저리 치이는 것 같아 부아가 치민다. 가장 예민한 안보·경제 문제를 건드리니 신경이 거슬린다. 이 와중에 북한마저 수시로 미사일과 방사포를 쏘아대니 스마트폰 뉴스를 들여다볼 때마다 답답하고 불안하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엔 스포츠가 제격인데, ‘호날두 노쇼’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해댄 격이었다. ‘호날두까지 한국을 무시하나’라는 자조섞인 푸념도 나왔다. “요즘 살맛나는 뉴스가 없네”라는 아내의 말에 달리 해줄 말은 없었다.

가슴 흐뭇하게 만드는 뉴스는 없었던가. 며칠 전, 길을 가던 한 남성이 인도 한복판에서 갑자기 고꾸라졌다. 그 순간 지나가던 한 여성이 뒤에서 뛰어오더니 가방도 내려놓지 못한 채 쓰러진 사람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또 다른 행인은 막 지나가던 소방차를 세웠다. 마침 화재 진압을 마치고 돌아가던 소방대원들은 자동심장충격기까지 들고 뛰어왔다. 심정지 상태였던 남성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이 모든 과정이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겨 생생하게 뉴스로 전해졌다. 2분짜리 ‘감동 실화’였다.

실종됐던 조은누리양의 ‘기적 생환’ 소식도 마음을 울렸다. 실종 열흘 만이었다. 연인원 5700여명이 투입돼 끈질긴 수색 끝에 발견된 조양은 숨을 쉬고 있었다. 육군 32사단 박상진 원사와 탈영견 출신의 군견 달관이가 찾아냈다. “딸을 둔 아빠로서 꼭 찾아내겠다”는 박 원사의 집념이 퍽 인상적이었다. 달관이는 개껌과 육포를 포상으로 받았다는 소식을 지인에게 카톡으로 전하며 함께 웃기도 했다.

몇 개 꼽아본 뉴스들 속에서는 공교롭게도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등장한다. 그리고 여럿이 함께 생명을 살려내는 이야기가 뉴스로 전해졌다.

얼마 전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 지역에서 총기난사로 2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한 남성이 다른 남성 어깨에 머리를 파묻고 흐느끼고 있었다. 방송기자가 그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을까요.” 그가 말했다. “저는 방금 어머니를 잃었어요.” 방송기자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끌어안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 순간은 그 어떤 말보다도 ‘우는 자와 함께 울어주는’ 게 최선인 것 같았다.

생각건대 살맛나는 뉴스는 ‘혼자가 아닌 나’ ‘혼자가 아닌 우리’를 일깨워주는 소식이 아닐까. 사람을 살려도, 살리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살아가는 모든 이야기가 뉴스의 재료가 되기에 어렵고 지겹고 짜증나는 뉴스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요즘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소식은 저만치 뒷전으로 밀린 것 같다. 경제전쟁, 무역분쟁 같은 소식들은 죄다 ‘너 죽고 나 살자’는 얘기들뿐이다. ‘사람 냄새’ 나는 뉴스도 읽고 듣고 보고 싶다. 그래야 살맛이 좀 나지 않을까. 내 생각만 그런가.

박재찬 경제부 차장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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