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순대국밥 식당(위쪽)과 휴대전화 판매매장(아래쪽) 외관. 지속가능한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올해 2210억원의 예산이 사업에 투입됐지만 단순 아르바이트성 일자리가 대거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판 기자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내린 사업 지침 키워드는 ‘한시적·생계형 일자리 지양’ ‘지속·발전가능성’으로 압축된다. 그러나 청년일자리 사업장으로서 선정된 소규모 영세업주들은 “(정부지원이 끊기는) 2년 뒤에도 계속 고용을 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언제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털어놨다.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위해 올해만 2210억원가량의 대규모 재정 투입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상은 고용률이나 실업률 조정을 위한 땜질식 사업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겉만 번지르르한 일자리정책

강원도 삼척과 속초는 청년일자리 지역정착지원 사업장으로 유명 스포츠 브랜드 매장과 동네마트, 입시학원 등을 선정했다. 모두 일 경험을 통한 직무역량을 키우겠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해당 사업장에 채용된 청년들은 판매 등 단순 노무직을 맡고 있었다. 마트 사장은 배달 업무로 1명을 채용했는데 해당 청년이 중간에 그만둬 사업을 중단했다고 한다.

강릉 사업장에는 대형 프렌차이즈 편의점과 카페가 선정됐다. 편의점 두 곳을 운영한다는 가맹점주는 “각각 2명씩 점원 4명을 청년일자리 사업 지원을 받아 채용했다. 마침 충원을 하려고 했는데 정부 사업을 알게 돼 지원했다”고 말했다. 해수욕장 근처에서 프렌차이즈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가맹점주는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 직원이 감축된 상황에서 정부 지원 사업을 알게 돼 2명을 더 채용하게 됐다”고 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동네 서점, 빵집, 콜택시업체 등 영세 자영업 사업장에서 단순 업무를 위해 청년을 뽑는 사업장들 여러 곳이 모두 청년일자리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었다.

“개인 사업자여서 혹시나 싶었는데 되더라. (정부가) 돈 준다는데 안 할 사람 아무도 없지 않느냐.” 신규 직원 인건비를 지원받게 된 한 휴대전화 판매점 사장 얘기다. 그의 말처럼 영세업주 입장에선 나쁠 게 없는 정책이다.

업주는 직원을 구했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얻게 돼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사업을 설계한 의도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강원도는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등 지역공동체적 활동에 기여하는 사업장을 포함한 지역 우수사업장에 청년 채용, 청년의 유출을 예방해 지역 활력 제고’라는 사업 구상을 정부에 제출하고 지원금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편의점이나 카페 일자리가 없어서 청년들이 지역을 떠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장이라고 지적했다. 청년일자리 사업이 자영업자 지원 대책으로 변질돼 국민 세금이 엉뚱한 곳에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봉원 한국지역연구협동조합 이사장은 “(해당 사업장은) 일자리 사업 취지와 맞지 않아 보인다. 정부에서 이런 부분까지 지원을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심미승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편의점, 학원 등의 자영업이나 영세기업 일자리는 아르바이트에 해당하는 것이지 청년들을 위한 지속가능한 일자리는 결코 아니다. 사업의 근본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차피 채용 계획이 있던 업체에서 정부 지원금을 받은 사례 역시 많았다. 이번 사업으로 4명의 인건비를 지원받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결원이 생겨서 채용을 했어야 하는 부분인데, 정부 지원과 시기가 맞았다. 비용적으로 절약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 통계에는 정부 사업으로 인해 늘어난 일자리로 집계되지만, 사실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없는 ‘허수’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 완화를 위해 시행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등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 대책과 차별성도 없다.


업주들 “계속 고용 글쎄요”

지자체 관계자들은 “100% 계속 고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업주들과 약속은 돼 있다”고 말했다. 영세 자영업자도 계속 고용이 가능해 사업 취지에 맞을 수 있다는 항변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는 달랐다.

경남 스타트업 청년채용 연계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영세 사업주는 “정부 돈이 나오는 2년 동안 사람 1명 더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뿐”이라며 “이미 최저임금이 많이 오른 상태여서 지원이 끊기면 청년을 굳이 채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계속 고용 확약서는) 강제성도 없다”고 말했다.

강원도의 청년일자리 지역정착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또 다른 사업주도 “정부는 지원이 끝나도 고용을 유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그건 그때 가봐야 결정할 수 있는 문제”라며 “확약서를 쓰긴 했지만 강제성 조항은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 계속 고용 여부를 지금 결정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인근 지역의 또 다른 자영업자 역시 “2년 뒤 추가 지원 금액에 맞춰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지원이 완전히 끝난 뒤에는 상황을 봐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으로 강사 1명을 고용하고 있는 학원 원장은 “국가가 말하는 일자리 사업은 솔직히 아랫돌 빼서 다시 메꾸는 형태다. 솔직히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 아닌가. 장기적인 사업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원 관계자는 “지금 일하는 분께 2년 정도 기회가 주어졌는데 제대로 업무 수행이 안 되면 채용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씀드려놨다”고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속가능성을 판단해 지원하고 있다. 한시적 생계형 일자리 인지는 현장을 확인해 봐야 한다”며 “문제의 소지가 있는 곳은 지자체 소명을 듣고 시정이 필요하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정현수 김판 임주언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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