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 A씨는 올해 ‘경남형 뉴딜일자리사업’ 인건비 지원 대상자가 됐다. 이 사업은 청년에게 지역사회서비스 분야 일 경험 기회를 줘 직무 역량을 키우고 향후 취업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잘 설계된 일자리 정책처럼 보이지만 A씨가 일하는 곳은 장사 시작 2년이 채 안 된 순대국밥집이다. 40평(133.78㎡) 규모의 한 순대국밥집 주방에서 육수를 끓이거나 고기를 삶는 게 A씨의 업무다. 전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자영업 식당 직원인 셈이다. A씨는 풀타임으로 일하면 연봉 2400만원가량을 받는데 이 가운데 2160만원은 국가에서 나온다.

양질의 청년일자리를 발굴하겠다며 시작된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 여러 곳이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 예산 낭비성 사업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업 방향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한시적·생계형 일자리가 아닌 지속가능성·발전가능성 있는 일자리 발굴’이라는 지침을 세웠다. 그러나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장들이 걸러지지 않고 정부의 일자리 사업 성과로 보고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관련 정부 자문위원조차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으로 일부 예산 낭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11일 시행 2년차를 맞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 점검을 위해 지자체별 업무 성과를 역추적해 사업장을 찾고 업주와 청년들을 접촉했다. 각 지자체가 올린 사업 추진 공고·고시를 열람해 주요 일자리 사업장을 샘플 조사했더니 편의점이나 커피숍, 육아용품 판매점류의 프랜차이즈 업체 가맹점, 동네 마트, 세차장 등 비슷한 종류의 단순 알바성 일자리 사업장이 청년 적합형 업종으로 포장돼 정부 인건비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1일 경남 양산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만난 B씨는 구직 사이트 ‘사람인’에서 일자리를 찾다가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해 채용됐다. 그는 이전에도 휴대전화 매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고, 사장과도 안면이 있었다고 한다. 평범한 구직 절차가 진행됐는데 B씨는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 일환인 ‘스타트업 청년채용 연계사업’ 대상자가 됐다. 그는 230만원 정도 받는 월급의 상당액을 정부로부터 받고 있다.

또 다른 휴대전화 판매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사장 C씨는 지난 7월부터 정부가 인건비를 대주는 직원 1명을 채용했다. 그는 “인건비 감당이 안 되는 상황에서 도청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선정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사업으로 두 차례나 청년 직원을 뽑았는데 모두 중간에 그만둬 최근 다시 직원을 뽑았다”고 했다. 사장 입장에선 직원이 실적을 내지 않아도 정부에서 월급 대부분을 지급해 손해볼 일은 크게 없었다. 그는 “이 일은 근속연수도 짧다. 전에 일하던 청년은 ‘여기서 취업공부 책 좀 봐도 되느냐’고 하더라”며 “솔직히 (정부 사업이)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생기는 것 같지는 않다. 지원이 끝난 뒤에도 계속 고용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서 청년일자리 TF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속가능한 청년일자리 발굴을 목표로 했는데 (일부 지자체들이) 단기적 일자리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며 “정책 목표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유나 정현수 김판 임주언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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