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여름 대전 후반전의 막이 올랐다. 전반전의 승기를 잡은 ‘엑시트’가 흥행 기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반일 시국을 등에 업은 ‘봉오동 전투’가 강력한 대항마로 나섰다. 기대작들의 잇단 부진으로 침체됐던 극장에 다시 활기가 감돌고 있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개봉한 ‘엑시트’는 전날까지 누적 관객 수 525만1830명을 동원했다. 개봉 11일째 500만 고지를 넘어선 것이다. ‘엑시트’와 같은 날 개봉했으나 일찌감치 흥행 대열에서 이탈한 ‘사자’는 누적 관객 149만2640명을 들이는 데 그쳤다.

‘사자’의 참패는 예상 밖이었다. 총 제작비 147억원이 투입된 대작인 데다 전작 ‘청년경찰’(2017)로 흥행을 맛본 김주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대세 스타 박서준과 국민 배우 안성기가 ‘투톱’ 주연으로 나선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작품의 성패는 완성도에서 갈렸다. 송강호가 세종대왕을 연기한 ‘나랏말싸미’가 근거가 빈약한 설정으로 역사왜곡 논란을 낳으며 좌초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사자’는 조악한 만듦새로 관객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했다. ‘사자’가 초반부터 힘을 잃으면서 관객은 ‘엑시트’ 쪽으로 더 몰리게 됐다.

여름 경쟁 마지막 주자로 나선 ‘봉오동 전투’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엑시트’와 엎치락뒤치락하며 쌍끌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 개봉해 나흘 만에 150만명을 동원했다. 한·일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제강점기 독립군의 첫 승리를 다뤘다는 점에서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여름방학 특수를 누린 애니메이션 ‘마이펫의 이중생활2’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해외 투어 공연 실황을 담은 다큐멘터리 ‘브링 더 소울: 더 무비’가 그 뒤를 따르고 있으나 점유율은 각각 3%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사실상 ‘엑시트’와 ‘봉오동 전투’의 이파전으로 좁혀진 상황이다.

‘엑시트’의 강력한 무기는 군더더기 없이 목적에 충실한 전개다. 재난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신파적 요소를 배제한 채 오롯이 오락성에만 집중한다. 암벽 등반 동호회 출신인 주인공 용남(조정석)과 의주(임윤아)가 유독가스를 피해 건물 옥상을 질주하며 펼치는 필사의 탈출을 긴박감 넘치게 그려낸다. 현실성을 가미한 캐릭터 설정과 연출이 몰입을 이끌어낸다. 주어진 상황을 한 단계씩 헤쳐 나가는 방식이 마치 게임처럼 흥미롭게 다가온다.

‘봉오동 전투’는 역사물다운 진중함을 보여준다. 황해철(유해진) 마병구(조우진) 이장하(류준열) 등 독립군들이 수적으로 우세한 일본군을 섬멸하기 위해 봉오동 골짜기로 유인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예상 가능한 전개이다 보니 속도감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일본군의 악행을 묘사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노골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등장인물 개개인의 전사(前史)를 쌓음으로써 ‘이름 없는’ 영웅들을 조명하고자 한 뚝심 있는 연출이 빛난다. 끝내 뭉클함을 끓어오르게 하는 데에는 시국의 영향도 적지 않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