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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인 인간 공격하는 유해 대장균, 남성 동성애자 장에서 발견

김지연 약사의 ‘덮으려는 자 펼치려는 자’ <8> 희귀 독성 대장균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인 김지연 약사가 지난달 31일 경기도 성남 우리들교회 수요예배에서 낙태의 폐해와 생명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장균은 말 그대로 대장에 분포하는 세균 가운데 하나다. 모든 사람의 대장에 사는 대장균은 유전자 조작이 간편하고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빨라 분자 생물학 연구 등에서 주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체온에서 최적으로 생장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장균은 그 자체로 크게 유해하진 않다. 즉 대장균은 입을 통해 소화기관으로 들어오더라도 보통의 건강한 사람에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자신의 생명의 터전, 즉 숙주인 인간을 해치지 않음으로써 대장균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다. 분변에 얼마나 오염되었는지 위생관리 척도로 대장균 양을 측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영국 공중보건국은 2016년 발표한 보고서 ‘성(性)건강상의 불균형: 런던 남성 동성애자들의 HIV와 성병에 대한 업데이트’에서 숙주를 공격하는 독성 물질을 뿜어내는 희귀 대장균이 남성 동성애자의 장에서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인간의 세포를 파괴하는 독성 물질의 일종인 베로사이토톡신(verocytotoxin)을 뿜어내는 유독성 대장균에 감염되는 사례가 남성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보고됐다는 것이었다.

어쩌다 대장균이 자기 삶의 터전인 숙주를 공격하는 독성물질을 뿜어낼 만큼 심한 변이를 하게 된 것일까. 그리고 대체 어떤 경로로 사람 간에 공유되게 된 걸까.

유럽의 감염성 질병들을 조사·보고하는 유로서베일런스는 유해 대장균 균주인 ‘VTEC O117:H7 VT1(이하 VTEC)’이 2013년 11월부터 2014년 8월까지 9명의 성인 남성 장에서 발견되었다고 보고했다. 9명 중 8명이 남성 동성애자(MSM, Man who have Sex with Man)였다.

개체 수가 9명에 불과함에도 영국 보건당국은 유로서베일런스의 보고를 2016년 공식 연례 보고서에 포함시켰다. 희귀 독성대장균의 등장이 보건학적으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매우 드문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영국 보건당국은 이들 에이즈 감염자 및 다수의 성관계 파트너를 갖는 자들이 포함돼 있으며 남성 동성애자 사이에서 성병 감염이 급속한 증가를 하는 것과 관련 있는 양상이라고 보고했다.

베로사이토톡신에서 사이토(cyto)는 ‘세포의’라는 뜻을, 톡신(toxin)은 ‘독’을 뜻한다. 그래서 살아있는 세포를 파괴하는 독성을 가진 물질을 통칭하는 세포 독소의 일종이다.

이는 박테리아 같은 균체가 아니다. ‘균체’가 아닌 ‘물질’ 형태로 독성을 띤다. 이런 독소를 뿜어내는 대장균이 장에 서식한다는 것은 마치 체내의 한 부분이 자체적으로 독성을 만들어내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낸다. 이 독성은 용혈성 요독 증후군(Haemolytic uraemic syndrome) 등 각종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VTEC이 발견된 9명은 공통의 음식이나 물, 동물에 노출된 경우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음식이나 물이 아닌 ‘남성 간 성행위자’라는 특징만이 VTEC 감염자의 유일한 공통점이었다.

남성 간 성행위자 8명 중 인터뷰에 응한 7명은 전원이 콘돔 없이 구강성교 및 항문성교를 자신의 남성 파트너와 가졌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4명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GPS기능이 있는 게이 어플 등을 이용해 섹스 파트너를 만났다고 답했다. 어플을 이용해 성행위 파트너를 만나면서 일상생활에선 쉽게 옮기 힘든 대장균까지 공유한 것이다. 7명 중 3명은 마약류를 사용하면서 동성 간 성행위를 했다고 답변했다. 인터뷰에 응한 남성 동성애자 중 3명은 에이즈 양성을 나타냈고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번 보고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남성 동성애자 사이에서 VTEC 균주가 집중적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표본 수가 적어서 해석에 제약은 있지만, VTEC 진단 사례가 매우 활발한 성생활을 하는 영국 태생의 남성 동성애자 사이에서 확산된다고 판단했다.

영국 보건당국은 남성 동성애자들을 위해 각종 예방적 캠페인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 동성애 집단 내에서 각종 세균 감염이 줄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새로운 균주의 등장은 남성 동성애자들의 대변 유래 감염 (fecal-oral transmission)을 줄이려는 조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예를 들면 남성 간 성행위 시 고무장갑을 낄 것, 콘돔을 사용할 것, 치과 보호 기구인 덴탈댐을 쓸 것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미국과 영국의 보건당국의 정책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 동성애자의 장에서 많이 발견된 VTEC을 두고 영국 보건국은 결코 그들을 차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다. 이런 정책 기조는 다음과 같은 보건당국 보고서 문구에 잘 나타나 있다.

“VTEC O117:H7 VT1에 대한 공공보건 활동은 남성 동성애자의 건강과 복지를 개선하고 보건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차원에서 진행돼 왔다.”

김지연 약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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