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목회 결합해 지역 섬기기… ‘자립 목회’ 산 교육장

[새로운 교회 공동체] 대전 은샘교회

이병승 은샘교회 목사(오른쪽 두번째)와 김영혜 사모(오른쪽)가 11일 대전 유성구 교회건물 1층 은샘공동체장애인단기보호센터에서 장애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전 유성구 신성로 주택가에 있는 은샘교회(이병승 목사)는 2017년 1월 개척된 작은 교회다. 11일 예배당에선 장애인 4명과 어린이, 청소년, 장년 11명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은샘교회에는 여느 작은교회와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자가 건물을 갖고 10곳의 선교지를 도우며 마을 공동체 사업을 전개한다. 사회복지 사업과 마을공동체 형성이라는 전문성과 분명한 목회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병승 목사는 침례신학대학교 교회음악과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졸업과 동시에 월드비전 대전·충남지부 후원개발팀에 채용됐다. 1989년부터 두레공동체운동본부 대표인 김진홍 목사를 쫓아다니다 97년 중국 옌볜에 두레마을 농장을 개척해 북한에 옥수수를 지원하는 등 NGO 활동을 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태화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대전기독교사회복지관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9년간 일하다가 2011년 수원중앙침례교회가 운영하는 수원 버드내노인복지관 관장으로 발탁됐다. 소속 직원 60명에 회원 수 2만5000여명의 대형 복지시설이었다.

이 목사는 “41세에 대형 사회복지관을 맡아 하루에 2000명이 넘는 회원을 위해 57개 프로그램을 돌리다 보니 밤낮없이 일 중심의 삶을 살았다”면서 “일이 아내와 4명의 자녀보다 우선시되고 목회 사명까지 잊어 가정불화가 발생했다”고 회고했다.

성취감에 목말라 일 중심의 삶을 살던 그는 2015년 12월 사표를 던졌다. 예수전도단 열방대학에서 예수제자훈련학교(DTS 과정)를 이수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하와이로 갔다. 우선순위부터 바로잡은 것이다. 하나님과의 1대1 관계, 가족과 이웃의 관계를 바르게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자 삶의 변화가 일어났다.

김영혜(45) 사모는 “바쁘게 복지사역을 펼치던 남편에게 줄기차게 요구했던 것은 ‘당장 돈을 벌어오는 게 아니라 목사 안수를 받은 사람으로서 하나님 앞에서 바로 서달라’는 것이었다”면서 “DTS 훈련을 받기 시작하면서 일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회복하고 정체성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체성이 회복되자 가족관계도 회복되고 기쁜 마음으로 작은 교회를 개척하자는 결단을 하게 됐다”고 웃었다.

DTS 훈련 후 부부는 가정교회 사역자들을 만났는데 초대교회처럼 떡을 떼고 복음을 나누는 관계전도, 목장모임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현재의 교회 건물은 사회복지 사역을 하던 선배 목사가 사용하던 곳으로 대출을 받아 인수했다.

이 목사 부부는 교회를 개척하면서 노인요양원에 있던 부모를 대전으로 모셔왔다. 부친은 1985년 기독교 잡지 ‘빛과 소금’ 창간호에 ‘이 섬에서 죽게 하소서’의 주인공으로 소개됐던 이동목 목사다. 부친은 섬에서 큰딸을 잃고 중풍에 걸린 아내 병수발을 하면서 이름도 없이 낙도교회를 섬겨 ‘섬마을 성자’로 소개됐던 인물이다.

여느 작은 교회처럼 은샘교회도 지하 1층 132㎡(40평)에서 가정예배로 시작했다. 개척 다음 달에는 1층에 은샘공동체장애인단기보호센터를 개소했다. 시작부터 공동체적 교회, 장애인과 함께하는 교회를 표방한 것이다. 대형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했던 이 목사에게 센터 개설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입소문이 나자 중증장애인 10명이 모였다. 현재 이 목사는 사회복지사 2명과 함께 후견인으로서 장애인들을 24시간 돌본다. 식사 준비를 하고 기저귀를 갈아준다. 이 목사는 “지난 3년간 장애인을 돌보는 삶은 하나님과 더욱 가까이하는 삶이었다”고 말했다.

2층은 지역 엄마들의 공동육아 공간과 마을공동체 회의 공간으로 사용된다. 침신대 신학생 4명이 거주할 수 있도록 게스트하우스로도 개방했다. 주중엔 지역 아동을 위한 기타 드럼 등의 악기 교실도 열린다. 3층은 사택으로 사용한다.

이 목사는 “교회 시설을 유성구 평생교육원 학습장소로 개방하려 했는데 종교기관이라서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면서 “아쉽지만 마을공동체 가운데 자생적인 조직에 개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사회복지와 목회의 결합을 통해 목회 자립구조를 갖고 지역사회를 섬기다 보니 신학생들이 목회사역을 배우기 위해 교회에 출석하게 됐다”면서 “공동체 목회도 가르쳐주고 창의적인 목회 방안도 토의한다”고 귀띔했다.

지난해엔 교회 인근 가로수 주변에 관상식물인 맥문동을 심고 꽃 상자를 길가에 배치하는 ‘마을 정원사’ 사업을 펼쳐 유성구자원봉사센터 최우수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이 목사는 “교회 간판은 되도록 작게 하면서도 좀 더 마을 친화적인 공간으로 가꾸고 싶다”면서 “교회가 열린 공간이 되도록 따뜻한 느낌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작은 간판만 달아놓은 교회 앞에서 함께한 이 목사 부부.

이 목사의 또 다른 꿈은 현직 과학교사로 휴직 중인 김 사모와 함께 다음세대를 육성하기 위한 대안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교회개척의 꿈을 지닌 신학생들에게 주일 예배공간을 인큐베이터처럼 빌려주는 구상도 갖고 있다.

대전=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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