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방한에 앞서 우리 언론은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난달 방한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0억~50억 달러의 분담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9일 한·미 국방장관회의에서는 방위비 분담과 관련된 논의는 없었다. 대신 에스퍼 장관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분담금 증액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그 이유는 미국은 분담금 액수를 한·미동맹의 척도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 40여년 동안 무상으로 한국 평화와 번영의 한 축을 담당했던 주한미군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1991년 미국 요청으로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Special Measures Agreement)이 체결된 뒤부터 방위비 분담금이란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이 협상은 외교부가 담당하며 5년마다 재개되고, 분담금 인상률은 4%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물가상승률이 적용된다. 분담금의 90% 이상이 우리나라의 장비, 용역, 건설 수요와 한국인 근로자 임금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국내 경제로 환원되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협상에서 작전지원 항목(전략자산 배치 비용, 장비 순환배치 비용, 연합훈련 비용, 주한미군 준비태세 강화 비용)을 추가해 분담금 50% 증액을 요구했다. 협상팀은 협상력을 발휘하여 미국의 새로운 요구를 잠재우고, 2019년 한국의 분담액을 2018년보다 8.2% 인상된 1조389억원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올해 또 분담금 협상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았고 협상은 조만간 재개될 것이다.

협상팀에 몇 가지 제언을 한다. 첫째, 한·미동맹은 안보는 물론 동북아 안정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의 세계 전략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 추세에 있으며, 북한 위협은 물론 중국과 일본으로부터의 잠재적 위협도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동맹 강화 외에는 우리의 안보를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고 판단된다. 특히 20조원 이상의 화력을 보유하고 있는 2만8000명의 주한미군과 한반도 유사시 증원되는 미군 전력은 우리의 필수 안보 자산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한·미동맹 강화 차원에서 미국의 증액 요구를 긍정적으로, 그러나 공평하고 적절한 선에서 수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미·일 협력 강화를 통한 동북아 안정 확보, 인도 태평양전략 참여 및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을 통한 한국군의 국제적 공헌, 그리고 수십조원에 이르는 미국산 무기 도입 등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

셋째, 그러나 주한미군에 대한 방위비 분담과 일본·독일의 방위비 분담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북한과 같은 직접적 위협에 노출되지 않고 있는 일본과 독일의 안보 상황이 우리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방위비 분담 제도 개선을 위한 실무협의에서 논의되고 있을 분담금 결정 방식을 일본과 같은 ‘소요충족’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고려하여, 지금까지 무상으로 지원되었던 토지임대료, 전기료 등도 분담금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넷째, 협상팀은 자신감을 갖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협상에서 우리 측이 크게 불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는 미국 세계 전략 실행에 있어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 여론도 “미군은 용병이 아니다”며 트럼프 정부의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를 비판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협상팀은 정치인이 아닌 관료들이라 정치적 판단보다 안보적 판단에 근거해 분담금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 협상팀도 안보 확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

끝으로 미국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시각도 변해야 한다. 우리의 증강된 국력이 반영되어 더 이상 패트론-클라이언트(patron-client) 관계가 아니라 공정성(fairness), 호혜성(reciprocity), 책임분담(responsibility sharing)에 기반한 한·미 관계로 탈바꿈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한국 경제력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충분한 방위비 분담을 해야 한다. 다만 국력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분담금 협상은 과거와 같이 5년 주기로 하고, 물가상승률이 적용되는 방안이 최상일 것이다.

이대우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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