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자신의 골프 리조트로 휴가를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두 곳의 모금 행사에 참석했던 그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농담 소재로 활용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억양을 흉내내는 등 동맹국에 대한 상식 이하의 행동으로 빈축을 샀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자금 모금 행사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조크 소재로 활용했다고 뉴욕포스트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남북 정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차별적인 묘사는 이 행사에서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미국 뉴욕주 햄프턴스에 열린 두 곳의 모금 행사에 연달아 참석했다. 첫 모금 행사는 부동산 거부 스티븐 로스의 저택에서 개최됐다. 점심식사를 겸해 진행됐으며 60명이 초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스의 집에서 무역 관세와 방위비 지원 등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강조하다가 자신의 어린 시절 일화를 꺼냈다. 그는 부동산업자였던 부친과 함께 임대료를 수금했던 일을 회상하면서 “(뉴욕) 브루클린 임대아파트에서 월세 114달러13센트(현재 환율로 약 13만7000원)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받는 것이 더 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3센트(약 150원)도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후원자들 앞에서 자신이 주한미군 관련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올린 것을 자랑삼아 생색낸 것이다. 올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현상에서 미국은 10억 달러를 고집했고, 최종적으로 10억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1조389억원으로 타결됐다.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위해 지갑을 열 수 있는 갑부들을 앞에 두고 자신이 남북한을 다루는 법에 대해 농담을 던졌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모금 행사는 부동산 개발업자인 조 패럴의 집에서 열렸으며 500여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는 남북한과 일본 정상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훌륭한 TV를 만들고 번영하는 경제를 갖고 있다고 한 뒤 “왜 우리가 그들의 방위비를 내야 하는가. 그들이 방위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거친 협상술에 굴복했다고 자화자찬하면서 문 대통령의 억양을 흉내냈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선 “이번 주에 아름다운 친서를 그에게서 받았다”며 “우리는 친구다. 사람들은 그(김 위원장)가 나를 만날 때만 웃는다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북한과 끔찍한 전쟁을 벌였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반복하는 말을 또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관세를 둘러싸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대화했던 일을 거론하면서 아베 총리의 억양도 흉내냈다고 뉴욕포스트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 대해 설명하다가 2차 세계대전 당시 ‘가미카제’ 조종사였던 아베 총리의 부친 얘기에 매료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베 총리에게 ‘가미카제 조종사들이 술이나 약에 취해 있었느냐’고 질문을 던졌더니 아베 총리가 ‘아니다. 그들은 단지 조국을 사랑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같은 동맹국들을 놀렸다”고 전했다. 이 두 차례 모금 행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1200만 달러(약 144억원)를 걷었다. 공화당 측은 “애초 기대했던 것보다 200만 달러(24억원)가 많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로스가 소유한 고급 피트니스클럽 체인인 ‘에퀴녹스’와 ‘솔 사이클’에는 회원권 취소가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빚어졌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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