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DHC홈페이지 캡처

‘혐한’ 발언과 역사 왜곡으로 공분을 일으킨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가 국내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DHC는 지난 10일 일본 본사가 운영하는 DHC텔레비전의 시사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한국은 원래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나라” “조센징들은 한문을 썼는데 한문을 문자화하지 못해 일본에서 만든 교과서로 한글을 배포했다”는 비하 및 역사 왜곡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판매 채널인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DHC 제품이 대부분 판매 중단됐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매장에서 (DHC뿐 아니라) 일본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있는 경우에 국산 등 대체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일본 제품에 대한 홍보나 마케팅은 전면 중단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리브영은 직영 80%, 가맹 20% 정도로 운영되는데 일부 재고가 많은 매장에서는 진열을 뒤로 빼는 방식으로 대처키로 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랄라블라도 DHC 제품을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뺐다.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롭스도 즉각 판매중단 조치를 취했다. 롭스 관계자는 “지금은 DHC 제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되는 상황”이라며 “오래 고민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H&B스토어는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함께 성장했다. 시장점유율 70% 정도인 올리브영과 2, 3위 업체인 랄라블라, 롭스 등을 포함해 전국에 1500여개 H&B스토어가 운영 중이다.

최근 들어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일본 제품을 많이 판매한다’는 이유로 H&B스토어에 대한 불매의 필요성까지 거론되자 업계는 당혹스러워하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업체마다 일본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7%, 매출 비중도 10% 미만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지난 1~5일 일본 브랜드 제품 판매 동향을 보니 전월 동기 대비 8% 정도 떨어졌다”며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으나 당장 일본 제품을 철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일단 일본 제품을 마케팅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롭스 등 H&B스토어들은 2~3주 전부터 매장에서 진행하는 각종 행사에서 일본 브랜드들을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전면 철수까지는 계약 관계상 간단하게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화장품 제조사인 한국콜마가 여성 비하 유튜버 동영상을 직원 조회 때 시청하게 한 것도 H&B스토어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지난 11일 사태 발생 나흘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콜마가 만든 제품에 대해 불매하겠다는 움직임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H&B스토어에서 주로 취급하는 중소업체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언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라 어려움이 많다”며 “소비자들의 감수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예의주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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