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분양가상한제 개선 비공개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10월부터 적용키로 하면서 재건축·재개발을 추진 중인 정비사업 단지 조합과 업계가 폭탄을 맞았다. 정부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였던 상한제 적용기준을 ‘최초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한 단지’로 확대하면서 이미 인가를 받아 사정권을 벗어났다고 여겼던 둔촌주공, 개포주공1단지, 반포주공1단지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둔촌주공 등 이미 이주를 시작한 단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상한제 적용으로 관리처분한 일반분양가에 변동이 생기면서 추가분담금이 억 단위로 증가할 상황이다. 이들 단지가 10월 이후 분양에 들어갈 경우 상한제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단지들은 총회를 열어 분양 및 발표 시점, 분양방식 전환 등에 대한 논의를 분주하게 이어갈 예정이다. 발표에 앞서 후분양으로 가닥을 잡았던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등 일부 단지는 이번 개정에 따라 소급적용이 예상되자 총회를 열어 다시 선분양 전환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진다.

재건축 압박효과와 관련해 전문가들과 업계 분석은 다소 엇갈린다. 일단 상한제 시행이 일반분양 수입 감소와 사업수익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재건축·재개발 투자 수요가 줄어들 것은 자명해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12일 “후분양을 통해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던 일부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서둘러 선분양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규제를 통한 선분양을 선택하는 것이 후분양보다 일반분양 수입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 역시 “10월 시행되는 만큼 관리처분인가를 위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는 단지가 나타나겠지만, 규제를 하는 상황인 만큼 인가를 받기도 쉽진 않을 것”이라며 사업 위축과 이에 따른 강남권 재건축 가격하락을 예상했다.

업계에선 단기적 사업 추진 위축은 피할 수 없지만 길게 봤을 때 재건축 조합원들 입장에선 이득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조합원 물량이 많고 일반분양 비중이 적은 단지일수록 추가분담금 부담보다 낮은 분양가로 인한 시세상승 효과가 훨씬 클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원 입장에서 1억원씩 더 낸다고 해도 결국 공급 위축으로 신축 수요가 오르고, 주변 시세에 따라 분양 후 프리미엄이 붙어 손해가 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분양가 억누르기’가 장기적으론 ‘공급 감소→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양 소장은 “잇따른 재건축 규제는 서울 공급의 문이 차단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수급불균형으로 서울 집값 상승이란 악순환 반복을 낳을 수밖에 없는 만큼 매물품귀현상을 풀 수 있는 다주택자들의 퇴로를 마련해 시장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추가 규제 시그널에 따른 심리 위축과 관망세로 하반기 반등하던 서울 집값 상승세는 일단 주춤할 전망이다.

희소성이 부각될 준공 5년차 안팎 새 아파트 선호와 가격 강보합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과 풍부한 시중 부동자금을 고려할 때 주택 가격을 끌어내릴 정도의 파괴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서울 같이 택지구득난이 만성화된 지역은 장기적으로 정비사업 이익감소가 주택공급 위축 문제로 이어지고, 수요·공급 교란이 장기 집값안정 효과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심 내 공공임대주택 확보나 서울 등 수도권 3기 중소택지 조기 공급 등의 정책적 안배 필요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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