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은) 일본 정부의 부당한 경제보복에 결연하게 반대하면서도 양국 국민 간 우호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의연하고 대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며 “결기를 가지되 냉정하면서 또 근본적인 대책까지 생각하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양국 국민 간 우호 관계”를 강조했다. 광복절 경축사 발표를 앞두고 수위 조절에 나서는 동시에, 일본 국민과 아베 신조 정부를 분리해 대응하려는 기조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양국 국민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민주 인권의 가치로 소통하고 인류애와 평화로 우의를 다진다면 한·일 관계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라며 “정부는 일본의 경제 보복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우리 경제를 더욱 내실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세밀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다”(지난 2일), “일본은 결코 우리 경제의 도약을 막을 수 없다”(지난 5일)며 단호하게 발언했던 것과 비교하면 공세 수위를 낮춘 것이다. 광복절 연설을 앞두고 대일 메시지의 강약을 조절하는 동시에, 한국 정부의 단호한 대응이 일본 국민을 향한 것이 아니라 아베 정부를 향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 선조들은 100년 전 피 흘리며 독립을 외치는 순간에도 모든 인류는 평등하며 세계는 하나의 시민이라는 사해동포주의를 주창하고 실천했다”며 “적대적 민족주의를 반대하고 인류애에 기초한 평등과 평화공존의 관계를 지향하는 것은 지금도 변함없는 우리의 정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께서 보여주신 성숙한 시민의식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며 “일본 정부의 부당한 경제 보복에 대해 결연하게 반대하면서도 양국 국민 간의 우호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의연하고 대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적대적 민족주의’를 경계한 것은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과도하게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것에 제동을 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서울 중구청이 ‘노 재팬’ 배너를 설치했다가 철수하는 일이 있었고, 여당 일부에서도 도쿄올림픽 보이콧 주장 등 강경론이 분출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자칫하다간 (반일 여론이) 너무 과열될 수 있는데 국민이 그렇게 되지 않게끔 서로 조절하는 모습에 대해 대통령이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이라며 “정부도 긴 호흡을 갖고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아베 정부를 향한 비판은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사흘 후면 광복절이다. 올해는 3·1독립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로 그 의미가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며 “과거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큰 고통을 받았던 우리로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본의 경제 보복을 매우 엄중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경제 강국이 아니다. 우리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옹호하며 사람을 중시하는 평화협력의 세계공동체를 추구해 나갈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경제력뿐 아니라 인권이나 평화 같은 가치의 면에서도 모범이 되는 나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향후 일본과의 국제 여론전에서 인류 보편적 가치를 부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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