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우산을 든 홍콩 시위대. 이들은 중국에 범죄인을 인도하는 조약에 반대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홍콩 시위대를 옹호한 쇼핑몰과 직원들이 시위에 참여한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이 중국인들의 불매운동 대상으로 떠올랐다. 시위 배후로 지목된 홍콩 언론 재벌의 집 앞에서는 친중 세력이 규탄 시위를 벌였다. 불매운동과 각종 제재로 한국에 보복했던 중국의 사드(THAAD)식 대응이 홍콩에도 재연되고 있다.

최근 중국 오성홍기가 두 차례 바다에 버려졌던 사건과 관련, 홍콩 최대 쇼핑몰인 하버시티가 본토 관광객들의 보이콧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보도했다. 하버시티는 홍콩 침사추이에 위치한 쇼핑몰로, 중국 본토 관광객이 즐겨찾는 곳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총편집인 후시진은 지난 10일 SNS에서 하버시티를 비난하며 보이콧 움직임에 불을 붙였다. 후시진은 “홍콩 정세가 혼란한 속에서 하버시티의 태도가 애매모호하며, 과격 시위대에 굽실거린 의혹이 있다”며 “폭도들이 국기를 모욕할 때 하버시티 보안인력은 뭐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하버시티 출입구에 붙여진 공고문도 거론했다. 오성홍기 훼손 사건 후 하버시티 쇼핑몰 출입구에는 “우리는 고객의 안전을 보장한다. 범죄가 발생하지 않으면 경찰은 진입하지 말라”고 적혀 있었다. 후시진은 “하버시티를 폭도들의 무법천지로 만들려고 하느냐”며 “하버시티는 본토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돈을 벌었는데, 기본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이에 따라 “앞으로 하버시티를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중국이 홍콩 시위 사태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 홍콩의 언론 재벌 지미 라이(라이치잉) 자택 앞에는 20여명의 친중파가 몰려가 ‘홍콩에서 꺼져라’ ‘미국의 주구’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넥스트미디어 그룹 창업자인 라이치잉은 지난달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등과 만나 ‘홍콩의 자율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의 반발을 샀다. 관찰자망 등 중국 매체들은 친중 시위대를 옹호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홍콩의 유명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은 지난주 직원들이 홍콩 총파업 시위에 대거 참여해 항공편이 무더기 취소된 후 중국 정부의 타깃이 되고 있다. 중국 최대 자산관리회사 화룽의 홍콩 자회사는 지난 9일 직원들에게 캐세이퍼시픽이나 그 자회사 드래곤에어를 이용하지 말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캐세이퍼시픽 측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불법 시위에 참여하거나 지지하면 해고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민항국은 앞서 항공 안전을 이유로 캐세이퍼시픽에 홍콩 시위 참여자나 지지자 등 모든 직원의 중국 본토행 비행 업무를 금지하라고 명령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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