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화이트리스트서 일본 배제…“맞대응은 아니다”

심사기간 최장 15일, 내달 중 시행… 일 “대항조치면 WTO 위반일수도”


한국 정부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 절차상 우대국)에서 제외했다. 다만 국내법적 조치일 뿐 일본 조치의 맞대응은 아니라며 감정적 언사를 최소화했다. ‘이에는 이’라는 기본 틀은 유지하되 냉정하게 대응한다는 기조로 선회한 모양새다. 정부는 일본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일본을 전략물자수출입고시상 백색국가로 분류되는 ‘가’ 지역에서 제외하는 걸 골자로 하는 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존 ‘가’ 지역을 ‘가의1’ ‘가의2’로 나누고 ‘가’ 지역에 포함됐던 일본을 ‘가의2’로 분류했다. 정부는 그동안 바세나르 협정 등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한 국가를 ‘가’ 지역, 그 외 국가를 ‘나’ 지역으로 나눴다. ‘가’ 지역 국가에 전략물자 수출 시 신청 서류나 심사기간 간소화 등 우대 조치를 해왔다. 일본을 그 대상에서 빼겠다는 것이다.

성 장관은 “일본은 4대 수출통제체제 가입국이지만, 국제수출통제 원칙에 맞지 않게 제도를 운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발언을 빼고 한 차례도 일본을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의 보복에 따른 상응 조치가 아닌 국내법적 수출통제체제 개선이라는 걸 부각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고시가 개정되면 일본이 속한 ‘가의2’ 지역에는 ‘나’ 지역과 원칙적으로 유사한 수준의 수출 통제를 적용한다. 기존에는 자율준수기업(CP)이 일본에 전략물자를 수출하는 경우 품목 및 재수출 여부와 무관하게 신청서 1장만 내도 사용자 포괄허가를 얻었다. 앞으로는 품목이 제한되며 재수출도 허용되지 않는다. 유효기간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된다. 개별허가도 신청 서류가 3종에서 5종으로 늘어나고, 심사기간은 5일에서 15일로 길어진다. 다만 최장 90일이 걸리는 일본의 개별허가 심사기간에 비하면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부 당국자는 거듭 “이번 조치는 일본에 대한 상응 조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국제수출통제 원칙에 맞지 않게 제도를 운용한 증거가 무엇이냐’ 등의 질문에 9차례나 “이 자리에서 밝히기 적절치 않다”고 답을 피했다. 이와 관련해 사토 마사히사 일본 외무 부대신은 “대항조치라면 세계무역기구(WTO) 위반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14일쯤 고시 개정안을 입안해 의견수렴 등 절차를 거쳐 다음 달 중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성 장관은 “20일의 의견수렴 기간 중 일본이 협의를 요청하면 언제, 어디서든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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