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공식적으로 군사동맹이 된 것은 1953년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면서다. 당시 고립주의 성향이 강했던 미국은 상호방위조약 체결에 부정적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이 조약이 없으면 북한의 재침을 용인하는거나 마찬가지라면서 2만7000명의 반공포로를 석방하는 등 벼랑끝 전술을 펼쳐 미국을 움직였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침략을 받을 경우 미국이 자동적으로 개입하는 내용을 상호방위조약에 포함시킬 것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의회가 전쟁선포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자동개입 조항 삽입에 반대했다. 결국 조약은 자동개입 조항 없이 체결됐지만, 미국은 한국 정부의 우려를 고려해 한국에 2개 사단을 주둔시키기로 결정했다. 6·25전쟁 직전 한국에서 철수했던 미군이 지금까지 66년간 한국에 주둔하게 된 계기다. 한때 6만명을 넘었던 주한미군은 현재 2만8500명 수준이다. 대부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주둔한다.

주한미군 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기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에게 동맹의 개념이 희박하다는 건 이제 상식이다. 동맹들의 안보 분담과 책임을 크게 늘릴 것을 요구하는 것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이 내는 주한미군 분담금을 아파트 월세에 비유한 것은 해도 너무 했다. 트럼프는 9일 대선자금 모금 행사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임대료를 수금하러 다녔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뉴욕 브루클린의 임대아파트에서 114.13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를 받는 게 더 쉬웠다”고 말했다.

양국은 진통 끝에 지난 2월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서명했다. 협정 유효기간이 종전 5년에서 1년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협정에 사인하고 나면 바로 내년 분담금 액수를 놓고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대기업의 연례 노사 임금협상처럼 논란과 갈등, 불확실성, 생산성 하락 등의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는 ‘연간 분담금 50억 달러(약 6조원)’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이 금액은 협상용으로 보이지만 주한미군 주둔비 전체에 가까운 20억 달러를 압박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 경우 주한미군의 월급까지 한국이 지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주한미군이 동맹군이 아니라 한국의 ‘용병’이라는 논란이 거세질 것이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는 중국을 코앞에서 저지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이다. 기지 건설비의 90%인 97억 달러를 한국이 부담했다. 트럼프 요구대로 되면 동북아의 요충에 군사력을 전진 배치하면서 매년 수조원을 한국에 부담시키는 셈이 된다.반미감정이 한국민 사이에서 고조될 것이다. 일본에서도 트럼프의 방위비 증액 압력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천박한 장사꾼 대통령이 미국의 국익을 해치는 것은 물론 피로 맺은 동맹과 동북아의 안정을 파괴하는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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