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OECD 등은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산업구조 및 노동구조 개혁을 권고했지만 아직 개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하는 새로운 산업체계는 물론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산업구조·노동구조 개혁 이뤄내야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1기 위원들의 활동이 곧 종료된다. 임기가 오는 24일로 끝나는 문성현 위원장을 비롯해 위원들이 지난달 말 대통령에게 일괄사퇴라는 모양새로 활동을 종료하고자 의견을 모은 모양이다. 경사노위가 처한 딱한 현실을 웅변한다. 경사노위는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만들어진 사회적 대화기구다. 분출하는 경제사회적 현안들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대타협을 도출하기 위해서였다. 경사노위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1월 겨우 활동을 시작했는데 지난 3월부터 5개월간 식물상태다. 주52시간 근로제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 논의와 합의를 둘러싸고 노사 대립이 치열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역할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데 가까스로 합의에 이르렀다. 경사노위의 유일한 성과가 이 합의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로자위원들 중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이 본위원회 의결을 보이콧하면서 경사노위는 더 이상 활동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이들이 의결에 불참하는 한 의결정족 요건이 결여되기 때문이다. 요란만 했지 유명무실한 기구의 표본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문 위원장과 위원들은 기구의 정상화와 새로운 활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여야가 국회에 ‘노동개혁특별위원회’ 설치를 얘기하고 있다. 여야 정치적 대립으로 산적한 노동개혁 현안들에 대한 논의와 합의를 진행하지 못해 이를 중점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 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중구조화 개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경사노위 법률적 미흡 보완 등등. 노동개혁을 위해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시점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5월 보고서를 내 한국 정부에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들을 권고했다. IMF는 제조업 다변화와 서비스 분야 자유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를 제안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노동생산성 증가율 이하로 정하고,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기준금리 인하 등 경기부양 조치를 언급했다. OECD도 구조개혁 정책을 동반한 확장적 재정정책, 서비스업과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을 강조했다. 권고의 골자는 산업구조 및 노동구조 개혁, 이를 보완하고 견인하는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였다. 정부가 절실한데도 적극 손을 못 대고 있는 두 가지가 산업구조 개혁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이다. 따로 떼서 해결할 수 없고, 노사정(勞·使·政)이 힘들게 대타협을 이루지 않는 이상 진전을 기대할 수도 없다. 정부가 국제기구의 권고를 대충 따르는 모습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책이 제때 만들어져 시행되는 과정을 밟지 못하니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칠 게 뻔하다.

정부가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 전략을 짜느라 바쁘다. 일본은 국제적 분업과 협업체계를 끊어서라도 한국의 발전과 성장을 후퇴시키겠다는 의도다. 일본의 행위 뒤에 미국이 있건, 일본이 미국의 정책을 따라하건 시급한 게 아니다. 한국 경제가 어떤 약점을 지니고 있는지를 알았으니 우선은 자력갱생의 기본 틀과 구조를 확립해야만 한다. 정보통신기술(ICT), 사물인터넷(IoT)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시대다. 이참에 지지부진한 산업구조 개혁과 규제 개혁, 새로운 가치사슬 구축, 신기술 개발을 위한 중장기적 연구·개발(R&D) 확충 등으로 신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 신산업을 수용해 키워내지 못하는 산업구조로는 더 이상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노동구조 개혁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개발경제시대를 거치고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상식과 합리가 사라진 갈등의 노사관계가 지금의 노동구조를 만들어냈다. 중소기업의 고난은 물론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희생이 있었다. 이제는 산업 침체, 국가성장 둔화, 다수 노동자들의 고통 등 부정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노동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겨난 배달·대리운전·퀵서비스 등을 하는 긱(gig) 노동자가 급증세다. 가사도우미, 청소, 경비 용역 등 서비스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기존 생산·사무·금융 노동자 개념만으론 포괄할 수 없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혁파하지 않고서는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보전하지 못하는 미흡한 노동정책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한 갈등과 손실은 국가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잃는 주된 요인이 되고 성장 기회의 상실로 귀결된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한국의 경제 상황에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성장률은 물론 잠재성장률도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한다. 비상한 각오로 일본과의 싸움에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지 못하면 일본과의 경제력 격차는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자본과 노동이 선순환적으로 효율성을 발휘하는 산업구조와 경제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상태에 맴돌며 대일 항전의 목소리만 키워서는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논설위원 yb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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