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7개국을 상대로 사이버 해킹을 자행해 20억 달러(약 2조4000억원)를 탈취했다고 AP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저지른 최소 35건의 사이버 해킹을 조사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AP통신이 인용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17개국의 은행이나 가상화폐거래소를 타깃으로 사이버 해킹을 저질렀다. 한국의 피해 사례가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인도 3건, 방글라데시와 칠레 각각 2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13개국이 1건씩 사이버 해킹 피해를 입었다. 한국의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외신은 북한의 해킹 기간을 2015년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라고 명시했다. 이번 보고서는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작성한 반기(半期) 보고서로 안보리 이사국들의 회람을 거쳐 특별한 이견이 없으면 9월 초 채택된다.

북한은 정찰총국의 지시로 사이버 해킹을 감행했고, 탈취한 돈을 사이버상에서 세탁한 것으로 대북제재위는 보고 있다. 정찰총국이 사이버 해킹을 지휘했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를 받았다고 봐야 한다. 북한의 최고위층과 핵심 기관을 중심으로 벌어진 국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불법으로 탈취한 자금이 핵무기 개발에 사용됐다는 것이 대북제재위의 판단이다. 유엔을 중심으로 더욱 확실하고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가해야 한다.

그동안 문재인정부는 북한의 사이버 해킹과 관련해 언급을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3월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가상화폐 관련 해킹으로 360억원을 챙겼다. 방글라데시 은행과 칠레 은행 등에서 해킹이 있었다”고 말했을 뿐이다. 다른 나라의 일부 피해 사례를 설명하면서 국내 피해 여부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대북제재위가 문제를 제기한 만큼 이번에는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금융기관 등을 상대로 진상조사를 벌여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남북 관계를 의식해 피해 사실을 숨기려고 한다면 국민의 비판과 질책을 받게 될 것이다. 정찰총국의 책임하에 자행된 국제적인 범죄행위를 엄중히 규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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