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뉴시스

러시아 미사일 폭발 사고를 둘러싼 의혹이 깊어지고 있다. 액체연료 미사일 엔진 시험 중 사고가 발생했다는 러시아 정부 공식 발표와 달리 미국 정보 당국은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주 세베로드빈스크 인근의 해상 플랫폼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미사일 엔진 시험 중 폭발이 발생해 5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러시아 국방부는 액체연료 추진 엔진 시험 중 사고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또 대기 중으로 유출된 유해 화학물질은 없으며 방사능도 정상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망자 전원이 러시아 원자력공사 ‘로스아톰’ 소속 관계자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당시 시험에 핵물질이 사용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사고 직후 세베로드빈스크에서 한때 방사능이 평상시의 200배 가까이 급증했다는 관측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러시아연방원자력센터 관계자는 최근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사망자들은 핵분열 물질을 사용하는 소규모 에너지원을 연구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고가 러시아의 최신 핵추진 대륙간순항미사일 9M730 부레베스트닉(나토명 SSC-X-9 스카이폴)의 시제품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12일 미 정보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부레베스트닉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지구 어디든 도달할 수 있다”고 자랑한 신무기다. 소형 원자로를 탑재해 사거리가 사실상 무제한이며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도 우회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군축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연구원 역시 폭발이 부레베스트닉 개발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고 당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폭발 현장 인근에서 핵연료 선박 ‘세레브리안카’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해에도 북극해의 노바야 제믈라섬에서 핵추진 미사일 시험을 시도했다 실패했다. 당시 핵연료 엔진 인양을 위해 세레브리안카가 투입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해당 보도 내용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러시아에서 발생한 미사일 폭발 사고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미국도 이와 비슷하지만 훨씬 진전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스카이폴 폭발로 해당 시설과 주변 지역의 대기오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좋지 않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과 관계부처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핵추진 순항미사일을 새로운 종류의 잠재적 위협으로 규정한 바 있다. 핵추진 순항미사일은 비교적 낮은 고도에서 예측 불가능한 궤적을 그리며 비행할 수 있다. 때문에 비행 궤적이 비교적 단조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격추가 훨씬 어렵다. 미국의 MD 역시 ICBM 격추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체계다.

미 정보 당국은 러시아의 핵추진 미사일 개발이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핵추진 미사일 시험을 4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으며 가장 멀리 날아간 거리는 고작 35㎞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보 당국은 이번 폭발 사고가 푸틴 대통령의 신무기 개발 구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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