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리스크에 숨 죽이고 있던 서울 도시정비사업 단지들이 치열한 각자도생(各自圖生·각자 저 살길을 찾는다)에 직면했다. 사업 진척이 빠른 지역은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예고된 10월 이전 분양 승인을 받기 위해 분주해졌다.


13일 재개발·재건축 업계에 따르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으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단지 조합은 긴급이사회를 열고 상한제 적용에 대한 대응책 논의에 나섰다. 1만2032가구가 공급될 예정인 둔촌주공은 현재 이주 및 철거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9월 관리처분계획 변경 총회를 열 예정이었다. 당초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조합의 분양가 산정에서 3.3㎡당 1000만원가량의 이견을 보여 왔으나 바뀐 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분양가가 이보다 더 크게 떨어지게 된다. 결국 조합과 시공사가 HUG의 안을 수용해 분양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는 쪽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울며 겨자먹기’에 가까워 조합원들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래미안 라클래시),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 재건축(래미안 원베일리), 동작구 흑석동 흑석3구역 등도 이주 및 철거가 이미 진행돼 금융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선분양을 받아들일지, 후분양을 고수할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업계에서는 많은 단지들이 선분양으로 회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 그나마 HUG 제시안을 따르는 것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분양가보다 수익성 면에서 양호하기 때문에 후분양을 통해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던 일부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서둘러 선분양으로 전략을 수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강북의 일부 재개발 단지에서는 HUG 기준보다 상한제를 적용받는 것이 낫다는 반응도 나오면서 개별 단지마다 계산기를 두드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민간택지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위축되고, 건설사들이 먹거리 확보를 위해 공공택지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공공택지 사업이 몸값 반사이익을 누릴 조짐도 보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정부의 상한제 발표가 있었던 12일 화성 동탄2신도시 공동주택용지 A-59블록 1필지 추첨분양 신청에 182개 업체가 몰려 경쟁률이 182대 1에 달했다고 밝혔다.

상한제 여파를 예단한 매매 움직임에 따라 ‘풍선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 입주권은 두 달 사이 4억여원 급등한 17억원대에 거래됐다. 강남권 신축 아파트들이 최근 최고가를 경신하는 현상 역시 상한제 변수와 신축 희소성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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