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견제는 구체적 정책을 통해 차근차근 구현되는 것…
그런 노력 없이 내 주장만 외치는 선언은 무의미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의 입으로 발탁했던 민경욱 의원을 5개월 만에 대변인단에서 빼고 김명연 수석대변인을 새롭게 임명했다. 비서실장도 교체했다. 이번 인사는 황 대표가 당 안팎 여론에 귀를 열어두고 있음을 보여줬다. 민 의원이 대변인직을 맡아 제기했던 이슈들은 지나치게 가벼웠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황 대표와 악수를 하지 않았다거나, 김 여사의 브로치가 사드 반대 상징물인 파란 나비를 닮았다거나,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 갈등 와중에 횟집에서 점심을 먹었다며 비판하는 식이었다. 제1야당이 국정을 견제하는 면모라기엔 황당한 내용이 많았고 뒷말도 많았다. 새로운 진용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일 테니 다행스럽다.

황 대표가 광복절 전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국민과의 소통, 정권과의 간접 대화 노력이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은 뭔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황 대표는 “헌법정신을 되찾는 게 위기를 극복하는 근본”이라며 “핵심 가치는 자유·민주·공정, 목표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법치주의”라고 했다. 좋은 말이다. 이어 ‘대한민국 대전환의 5대 실천목표’를 밝혔는데, 여기서부터 공허해졌다.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반기업 정책을 바로잡겠다, 무상복지 대신 맞춤복지를 하겠다, 스타트업과 창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식이었다. 구체적 정책 대안은 준비 중인 2020 경제정책 대전환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밝힐 텐데, 아무튼 정부도 이 방향에 수긍해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마 황 대표부터 정부가 이 담화를 듣고 정책 대전환을 할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입장을 바꿔보라. 한국당이 정권을 잡았는데 야당이 다른 철학을 제시한다고 냉큼 그것을 따르겠는가. 야당의 실력은 견제를 통해 발휘되고, 견제는 아주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차근차근 구현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황 대표가 강조한 규제 철폐는 야당도 국회에서 얼마든지 관철할 수 있으며, 이를 지렛대 삼아 성장 정책의 확산을 도모할 수도 있다. 그런 실질적 역할은 등한시한 채 말로만 외치는 정책 전환은 이 정권은 물론이고 국민에게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경제 현실을 보거나, 나라 안팎의 정세를 보거나, 사회적 갈등의 양태를 볼 때 정책 전환이 필요한 부분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당의 방식은 그런 변화를 실제로 관철해내겠다는 의지보다 “내 입장은 이렇다”고 유권자에게 보여주려는 목적이 훨씬 더 큰 듯하다. 그 속내가 너무 드러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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