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광복절 경축사가 올해만큼 관심이 쏠렸던 적은 없었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광복 이후 한·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이 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에 대화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겠다”며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두 나라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 반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을 경계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확전이 아닌 대화와 협력, 양국 공동 번영의 메시지를 보낸 것은 바람직하다. 문 대통령은 여권 일부에서 보이콧까지 거론된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해서도 “우호와 협력의 희망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하면서 자강을 강조한 것도 눈에 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먼저 성장한 나라가 뒤따라 성장하는 나라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된다”고 에둘러 비판하면서도 “경제강국을 향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이 이웃나라에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기를 바란다”고 수위를 조절했다. 이에 따라 한·일 양국이 외교적 해법을 찾는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다만 문 대통령이 강조한 평화경제는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무슨 평화경제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남북 대결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반도 평화와 경제 협력은 당연히 추구해야 할 민족적 과제다. 대통령으로서 먼 미래의 꿈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는 멀기만 하고,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현 상황에서 대통령이 평화경제에만 매달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자칫 우물에서 숭늉찾기나 연목구어처럼 비칠 우려가 있다. 분단 극복도 그렇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말처럼 누구도 통일을 반대하지 않지만 시도 때도 없이 통일을 강조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적절치 않은 것과 같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동북아시아 철도 공동체 및 남북 철도·도로 연결도 그렇다. 되기만 하면 좋다. 하지만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은 지금은 먼 얘기로 들린다. 지금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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