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찾아간 전남 담양의 B농촌체험휴양마을은 숙박시설과 풋살구장 등을 갖추고 있었다. 업체 관계자는 지역 내 업체들이 워크숍을 열거나 지역주민들이 타지에서 온 손님이 묵을 방을 마련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데, 아직 발길이 뜸한 편이라고 했다.

이곳 역시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의 정부 인건비 지원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었다. B휴양마을이 지난해 벌어들인 돈은 1800만원으로 청년일자리 사업으로 고용된 최모(38·여) 사무장의 연봉보다 적다. 최 사무장은 “실적을 더 올려보려 하지만 시골에서는 사실 한계가 많다”고 토로했다.

최 사무장은 B휴양마을의 유일한 유급근로자다. 시설관리부터 일반 사무업무까지 모두 그의 몫이다. 최 사무장을 재고용하지 못하면 사실상 운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B휴양마을 대표 조모씨는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지원이 끊기면 다른 휴양마을 지원책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건비 지원이 지속가능한 청년 일자리 창출 목적보다는 정부 재정에 의존하는 ‘연명형 일자리’를 양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영세 사회적기업의 상황은 전남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국 각 지역의 영세 사회적경제 사업장 대부분에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해당 업체에 고용된 청년들의 불안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춘천의 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는 “대부분 정부의 지원을 받는 사업장들이 설립된 지 몇 년 안 된 소규모 업장들인 경우가 많다. 청년들이 들어와서 보고는 불안해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 사업장은 상반기에 청년일자리 지역정착주도사업을 통해 청년 1명을 고용했지만, 이 청년은 불과 2개월 만에 일을 그만뒀다.

충남의 한 사회적 협동조합은 설립 1년도 채 안 된 상태에서 청년일자리 사업장으로 선정돼 2명을 채용했다. 조합 관계자는 “자체 기술 교육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분들 중에서 채용했다. 금전적 여유가 없었는데 너무 만족한다”며 “지원이 끝나기 전까지 자급자족할 수 있어야 해서 직원들에게 농담으로 ‘열심히 해라. 안 그러면 (나중에) 월급 못 준다’고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전남 순천 ‘청년일자리 징검다리 프로젝트’ 참여 사업장 대상 설문에서 지원 종료 후 청년 계속 고용 여부 항목에 21%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고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경제 사업장들을 촘촘하게 평가하지 못하는 지자체의 역량 부족에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신현욱 사회경제공동체일자리센터 본부장은 “대부분 지자체가 사업장을 꼼꼼하게 평가할 여유도 역량도 없다 보니 도움 없이도 잘 굴러가는 사업장이나 반대로 미래가 아예 없는 사업장을 지원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확한 평가를 통한 지원이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남 담양의 우리동네 협동조합은 사회적기업의 잠재력이 발현된 긍정적 사례로 꼽힌다. 담양 특산물인 대나무 공예품을 판매하고 지역자원을 활용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우리동네협동조합은 지난해 말 청년 2명을 고용한 뒤 사업이 급성장했다. 가구디자인, 시각디자인을 각각 전공한 두 청년이 고리타분했던 기존 상품에 젊은 감각을 불어넣었다. 지난해 매출은 3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4000만원을 넘겼다.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사업장을 면밀히 평가할 수 있는 일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①해당 사업이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 ②지역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③지속가능한 모델인지, ④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역량이 축적돼 있는지 등을 살필 수 있도록 지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각 기준은 양적으로만 판단하기는 어렵고, 정성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전문가 진단
“목표·평가 시스템 마련하고 청년들 역량 키워야”


전문가들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이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중앙정부가 구체적 가이드라인과 평가 기재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사업을 설계·시행하는 주체인 지방자치단체 실무자 교육 등을 통해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기헌 연구위원은 “지역주도형 일자리사업은 유럽연합에서 실시하고 있는 청년보장제처럼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평가가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못했다”며 “청년 고용이 힘들고 어려운 지역이나 자체 사업안 제출이 힘든 곳은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제대로 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중앙부처가 사전에 각 지자체별 사업담당자를 뽑고 충분히 교육을 시켜야 한다”며 “또 지역일자리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서 사업이 제대로 설계가 됐는지 평가하고 컨설팅을 제공해 지자체가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미승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 청년들이 해당 지역 내에서는 누릴 수 없는 여러 인프라를 다른 지자체와 연계해 제공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일 지자체가 가진 자원만으로는 청년을 잡기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아예 설계 때부터 권역 단위로 사업을 만드는 방법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전남 고흥을 예로 들며 “아무리 일자리를 만들어도 청년들 붙잡기가 힘들다. 지역 내에선 청년들이 놀 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라며 “인근지역인 순천·여수에서 청년들이 놀고, 고흥은 일자리와 주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설계하면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정현수 김판 임주언 기자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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