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댄스곡 실종… 가요계 기상이변

음원차트마다 비수기 발라드 상위권… 항상 신난 노래 유행하던 예년과 딴판

최근 발표된 가온차트 32주차(8월 4~10일) 순위. 발라드 노래가 1~5위를 휩쓸고 있다. 가온차트 캡처

눅진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면 매년 경쾌한 댄스 음악이 인기를 끌곤 했다. 1990년대부터 여름이 다가오면 많은 가수가 여름을 겨냥한 ‘시즌 송’을 발표했고, 혼성그룹 쿨이나 걸그룹 씨스타처럼 여름이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그룹도 한두 팀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여름엔 이상하리만치 댄스곡이 인기가 없다. 차트 상위권을 점령한 노래는 가을이나 겨울에 어울리는 발라드다. ‘여름=댄스’로 통하던 가요계 불문율이 깨진 셈이다.

발라드의 인기는 몇몇 차트만 살펴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가온차트 월간 순위를 보면 1위는 장혜진 윤민수가 호흡을 맞춘 ‘술이 문제야’가 차지했고, 벤의 ‘헤어져줘서 고마워’, 송하예의 ‘니 소식’이 각각 2위와 3위에 랭크됐다. 상위 5개 노래 가운데 댄스는 한 곡도 없었다.

이달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가온차트 32주차(8월 4~10일) 주간 차트에 따르면 드라마 ‘호텔 델루나’(tvN)에 삽입된 발라드곡 거미의 ‘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때를’, 태연의 ‘그대라는 시’가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3~5위를 차지한 곡들 역시 애절한 발라드 노래다.

이런 현상은 멜론이나 엠넷 등 여타 음원사이트에서도 대동소이하다. 발라드의 강세는 지난해 7~8월 각종 차트 상위권에 랭크된 곡들과 비교하면 더욱 확연해진다. 지난해의 경우 7월에는 걸그룹 블랙핑크와 트와이스가 각각 발표한 ‘뚜두뚜두’ ‘댄스 더 나이트 어웨이’가 차트 최상위권을 점령했다. 8월에는 DJ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숀의 ‘웨이 백 홈’, 걸그룹 레드벨벳의 ‘파워 업’이 큰 인기를 끌었다. 2017년에는 보이그룹 엑소의 ‘코 코 밥’, 레드벨벳의 ‘빨간 맛’, 보이그룹 워너원의 ‘에너제틱’ 등이 가요계를 뒤흔들며 여름 음원 시장을 쥐락펴락했다.

그렇다면 올여름 발라드가 강세를 띠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요계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우선 대중의 귀를 잡아끄는 댄스 음악이 별로 없었다는 점을 꼽았다. 한 가요기획사 대표는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처럼 차트에서 강세를 보이는 댄스 그룹의 신보가 나오지 않았다”며 “올여름 신곡을 발표한 여타 댄스 그룹의 노래들 역시 흡인력이 약했던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동윤 음악평론가는 “올해 초부터 잇달아 불거진 일부 대형 기획사의 추문이나 아이돌 가수의 ‘학폭(학교 폭력) 논란’ 탓에 아이돌 시장이 위축된 게 올여름 가요계에 영향을 미친 듯하다”고 했다.

차트가 현재 어떤 노래가 인기인지 정확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도헌 음악평론가는 “현재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곡을 들려줬을 때 아는 사람이 많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튜브를 비롯해 세대별로 음악을 듣는 플랫폼이 다르다”며 “음원 사이트에서 차트에 영향을 주는 스트리밍(실시간 듣기)으로 노래를 찾아 듣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는데, 이들이 특히 발라드를 즐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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