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국내 소재·부품·장비산업의 독립을 중장기 과제로 지정했다.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업 중 100곳을 글로벌 전문기업(GTS)으로 지정하고, 이 분야의 잠재력 있는 강소기업과 스타트업도 100개씩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정부가 아직 일본 수출규제 관련 핵심 전략품목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의욕만 앞세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든 소재·부품·장비를 국산화하지 않을 것이라면 ‘강소기업 100개 육성’ 같은 양적 접근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핵심기술 집중 지원에 무게를 두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소재·부품 특별법에 따라 지정된 4927개의 소재·부품 전문기업(소재·부품 분야 매출이 50% 이상인 기업) 가운데 대외경쟁력과 기업역량, 전략성 등을 검토해 100곳을 GTS로 지정할 방침이다.

GTS로 지정한 기업에는 성장 단계별로 연구·개발(R&D), 특허확보·해외출원, 수요 기업의 양산평가까지 다양하게 지원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소재·부품 전문기업이 너무 많다 보니 개별기업 지원에 대한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일을 계기에 100개로 압축해 지원 폭을 대폭 확대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잠재력 있는 소재·부품·장비 분야 강소기업과 스타트업(창업기업)도 각각 100곳을 육성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특히 대기업과 연계해 강소기업 지정 단계에서부터 대기업이 선정평가에 참여하고 공동 R&D, 대기업 보유 테스트베드 제공, 대기업 구매 및 판로확대 지원 등을 이끌어낼 생각이다.

정부는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지원 사업 등을 통해 이달부터 소재·부품·장비 관련 스타트업 발굴에도 돌입했다. 소재·부품·장비 분야 스타트업의 경우 내년부터 사업화 자금을 20억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30억원 한도 이내에서 기술보증도 해준다.

문제는 지원 기준이다. 정부는 이달 초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일본의 수출규제로 공급선 확보에 영향이 생길 수 있는 핵심 전략품목 100개와 연계해 기업들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작 아직도 구체적인 품목에 대해서는 “일본의 표적이 될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지원 대상이 명시되지 않았는데 누가 정부 대책을 보고 창업을 구상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정부가 ‘100개’ 같은 숫자에 연연하기보다는 국산화가 필요한 핵심기술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정부가 좀 더 냉정하게 지켜보고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한다”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에 도전할 수 있게 정말 경쟁력 있는 기업체에 집중적으로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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