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정상에 선 느낌은 오른 사람만이 안다. 그 맛을 모르는 이들은 “어차피 내려올 산, 뭐 하러 힘들게 올라가냐”고 우문을 한다. 이 우문에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라고 현답한 이가 산악인 조리 리 멀러니(1886~1924)다. 그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에 서는 꿈을 꿨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1924년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에서 실종됐다. 멀러니의 시신은 무려 75년이 지난 99년 9월 발견됐다.

히말라야는 모든 산악인의 이상향이다. 그중에서도 에베레스트, K2, 칸첸중가, 로체, 마칼루, 초오유, 다울라기리, 마나슬루, 낭가파르바트, 안나푸르나, 가셔브룸Ⅰ, 브로드피크, 시샤팡마, 가셔브룸Ⅱ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 14좌 완등은 산악인 최고의 영예다. 박영석은 한 봉우리도 오르기 힘든 히말라야 14좌를 한국인 최초로 완등한 산악인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 7대륙 최고봉과 지구 3극점(에베레스트산, 남극점, 북극점)을 모두 발아래 둔 한국 산악계의 전설이다.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011년 신동민, 강기석 대원과 함께 안나푸르나 남벽에 새로운 ‘코리아루트’ 개척을 위해 나섰다 6500m 지점에서 실종됐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마지막 흔적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엄홍길이 이끄는 휴먼원정대는 몇 번의 시도 끝에 2016년 에베레스트 8750m 지점에서 12년 전 실종된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찾아낸다. 원정대는 찰나를 버티기 힘든 악조건 속에서 꽁꽁 얼어붙은 박 대원 시신을 수습하는 데 성공했으나 기상 악화로 유해를 가족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데려가지 못하고 에베레스트에 묻었다. 하지만 박 대원과 함께 실종된 백준호, 장민 대원의 시신은 끝내 찾지 못했다. 황정민 주연의 영화 ‘히말라야’는 이들의 이야기다.

2009년 안나푸르나 등반 도중 실종된 직지원정대 민준영, 박종성 대원 유해가 17일 실종 1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2008년 히말라야 차라쿠사 지역의 이름 없는 봉우리에 처음 올라 ‘직지봉’으로 명명한 이들은 이듬해 안나푸르나 히운출리 북벽에 ‘직지루트’를 개척하다 실종됐다. 두 대원의 시신이 발견된 건 지구온난화 덕(?)이다. 히운출리 북벽의 얼음이 녹으면서 이들의 유해가 노출된 것이다. 히말라야에는 박영석 대장을 포함해 100여명의 우리 산악인이 잠들어 있다. 이들의 조속한 귀환을 기원한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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