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경제 여건이 악화일로다.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하고 격렬해진 가운데 세계 경제를 이끌던 미국의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1.623%)은 2년 만기 국채 수익률(1.634%)을 밑돌았다. 통상 국채 금리는 만기가 멀수록 미래 상황을 확신하기 어려운 불확실성 때문에 금리가 높다. 그런데 향후 경기 흐름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 안전자산인 미 국채에 대한 선호가 높아져 장기 국채 금리가 더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경험적으로 1978년 이후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했던 5번 모두 어김없이 경기 침체가 나타났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지난달 중국 산업생산증가율도 전년동기 대비 4.8%에 그쳤다. 2002년 2월 이후 최저치다. 독일(-0.1%)과 영국(-0.2%)은 지난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했다. 세계 주요 경제의 동시 불황 공포가 커졌다.

한국은 이 와중에 일본의 경제보복까지 겹쳤다. 수출과 제조업 부문 회복이 더욱 멀어질 수 있다. 세계 경기가 양호했던 지난해에도 고용과 성장잠재력이 가파르게 하강했던 한국 경제다. 금융시장도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16일 3년 만기 국고채와 10년 만기 국고채의 금리 격차가 7.7bp(1bp=0.01% 포인트)로 줄었다. 11년 만의 최저치다. 시장 금리가 처음으로 0%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채권금리의 급락은 한국 경제의 활력이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신호다. 시중 자금이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쪽에 베팅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의 대책은 주로 재정 확대다. 내년 예산을 510조원 이상 편성해 3년 연속 ‘적극 재정’을 펴려고 한다. 하지만 재정 투입 효과가 거의 없거나 ‘반짝 효과’에 그치고 있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 단적인 예다. 규제 완화의 속도를 높이고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등 기본을 챙겨야 한다. 폐해가 명백해진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 실패의 교정을 더 미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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