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시장에 갔다가 세 아이의 엄마를 만났다. 아이 엄마는 삼십 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남자아이는 엄마가 이리 오라고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저쪽에서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신이 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설상가상으로 힙시트를 착용해 뒤로 업은 갓난아기도 목청껏 울어댔다. 엄마는 옆에서 보다가 사내아이에게 다가가 어서 너희 엄마에게 가라고 참견을 했다. 아이 엄마는 넋이 빠진 듯 멍하니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엄마도 삼 남매를 키웠다. 오래전 엄마도 저 여자처럼 다섯 살도 되지 않은 세 아이를 데리고 시장통을 거닐었을 것이다. 국숫집에 들어가 국수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도 엄마는 그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엄마에게 우리를 키우는 것이 힘들지 않았냐고 물었다. 하고 보니 하나 마나 한 질문이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아빠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심히 일했다. 한국에 자주 들어오기가 힘들어 엄마는 1년에 한 번 정도 아빠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독박육아였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엄마는 웃으며 말했다. “육아는 원래 힘든 거야. 너는 어디를 가면 그렇게 잘 사라졌어. 언니는 겁이 많아서 엄마 치마 꼭 붙들고 놓지 않았는데 너는 여기 가서 구경하고 저기 가서 구경하고. 매일 너를 찾으러 다녔어. 그래도 저 나이 때 아이들은 너무 사랑스러우니까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가서 너희들 만나보고 싶다.”

눈앞의 젊은 엄마에게는 너무나 길고 힘든 시간으로 엄마는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고 싶다니. 그 시절을 이미 살아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여유로운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나도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의 엄마를 한번 만나보고 싶긴 했다. 삼십 대의 젊은 엄마와 나를 닮은 네 살짜리 여자아이를 만난다면 자신의 한 시절을 전부 자식들에게 내어준 젊은 엄마에게는 시원한 음료를 한 잔 건네고, 화려한 볼거리에 넋을 잃은 나를 닮은 꼬마에게는 엄마가 찾고 있으니 얼른 돌아가라고 말해줄 것이다.

김의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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