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숙(최명길)은 몸을 던지려 늦은 밤 다리로 향한다. 아들처럼 키운 재벌 2세 한태주(홍종현)와 결혼한 강미리(김소연)가 자신의 친딸임이 알려지면서다. 이 콩가루 집안에서는 권력 싸움도 끊이지 않는데, 태주의 아버지 한종수(동방우) 회장의 어린 아내 나혜미(강성연)는 그룹을 차지하기 위한 갖은 모략을 꾸민다.

최근 KBS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사진·이하 세젤예)이 그리고 있는 이야기다. 출생의 비밀과 재벌가 후계 다툼 등 ‘막장극’의 클리셰라고 할 만한 소재들이 간단없이 이어진다.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쥐어뜯는 진흙탕 싸움도 양념처럼 묻어있다.

주말드라마가 자극적 설정에 매몰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세젤예는 나름의 기대가 있었다. 시청률이 50%(닐슨코리아)에 근접했던 전작 ‘하나뿐인 내편’이 난데없는 간 이식 이야기와 신파로 눈총을 받았던 상황에서 “맑은 국물 같은 극”이라는 김종창 PD의 소개가 구미를 당겼던 게 사실이다.

실제 초반에는 가족 내 여성들의 이야기를 폭넓게 풀어내며 시선을 붙들었다. 황혼 육아 당사자인 박선자(김해숙)나 가사·육아·일의 삼중고에 시달리는 큰딸 강미선(유선)이 대표적이다. 엘리트 회사원 강미리가 보여주는 여성상도 KBS 주말극의 변화를 기대케 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극은 뻔해졌다. 여성들을 메인에 세운 극이 모성애를 조명하는 데 치중하면서 가부장적인 가족관을 답습한다는 것도 진한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다.

총 108부작인 극은 후반부로 들어섰다. 문제는 예상 가능한 스토리 전개로 서사적 흥미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시청률 30~40%쯤은 거뜬한 주말극이 20%대 후반을 맴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이는데, 그럴수록 자극적인 이야기에 골몰하기 마련이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이젠 KBS 주말극이라도 변화하는 시대상과 가족상을 담아내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시청률을 담보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며 “그게 공영방송의 드라마이자 몇 남지 않은 가족극의 책무이기도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