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지난 14일 ‘2020~24년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했다. 국방중기계획은 국방력 강화에 관한 향후 5년간의 종합계획이자 일종의 청사진이다. 첨단무기의 개발과 도입에 관한 군사력 건설계획과 군사력을 유지 및 관리하기 위한 운영계획이 망라돼 있다. 내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소요되는 재원은 총 290조5000억원이다. 계획대로라면 연간 58조원이 넘는 국방비가 소요된다. 올해 국방예산이 46조6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투입되는 국방비 규모가 막대하다.

막대한 예산 소요는 위중한 안보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첫째,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능력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은 비핵화 진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단거리탄도미사일,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과 같은 신형무기 3종 세트의 시험발사는 이를 반증한다. 둘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하기 위한 핵심 군사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군은 이르면 2022년에 전작권 전환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의 핵심은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확보에 있다. 셋째, 주변국의 군사력 강화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이미 항공모함 보유국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중·일의 해상전력 견제가 쉽지 않을뿐더러 우리 해군의 작전구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할 때 중기계획에서 추진하고 있는 군사력 강화 조치는 의미가 있다. 중기계획에 따르면 방위력 개선 예산 분야는 연평균 10.3%씩 늘어난다. 전력운영과 부대계획 분야를 포함한 3가지 분야 가운데 예산 증가폭이 가장 크다. 몇 가지 사업은 예산의 규모나 파급력 측면에서 대표적이다. 첫째,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 감시정찰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군 정찰위성 사업이 추진된다. 아직 한국에는 군용 정찰위성이 없다. 사업비 1조2214억원을 투입해 2023년까지 5기의 대북 정찰위성을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둘째, 정전탄(탄소섬유탄)과 전자기펄스탄(EMP) 등 비살상 무기도 전력화할 계획이다. 정전탄은 변압기를 포함한 전력공급시설에 전기합선과 누전을 일으켜 전력공급을 차단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핵과 미사일 기지를 비롯한 지하 군사시설에 공급하는 전력망을 끊어 전쟁 수행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EMP는 강력한 전자기파로 전자기기 내부 회로를 태운다. EMP 공격에 노출된 회로는 완전히 타버리기 때문에 복구할 방법이 없다.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발사하면 수㎞ 지역에서 통신 마비 등의 EMP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셋째, 경항공모함과 합동화력함의 건조도 추진된다. 군이 추진하고 있는 경항모는 3만t급으로 수직 이착륙 전투기 F-35B를 최대 16대까지 탑재할 수 있는 다목적 수송함이다. 군이 보유한 최대 함정 독도함과 마라도함의 1.5배 크기다. 헬기와 전차, 장갑차, 각종 장비 등도 실을 수 있어 상륙작전 지원뿐만 아니라 원해 해상기동작전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의 항모 전력 강화에 대응하는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 합동화력함은 함정에 미사일을 탑재해 유사시 적 육상지역 표적을 바로 타격하는 개념으로 운용된다. ‘움직이는 해상 탄약고’로 불리는 미국 ‘아스널십’의 한국판인 이 함정은 예컨대 남한의 기지가 초토화되더라도 해상에 떠 있는 함정에서 반격 발사가 가능하기에 위협적이다.

국방부는 이례적으로 국방중기계획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불식시키고자 하는 의도와 자신감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예산이다. 최근 10년간 국방예산 평균 증가율은 4.9%인 데 반해 국방중기계획은 연평균 7.1%의 국방비 증액을 상정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과거의 국방개혁이 내용은 화려하지만 안정적으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실패한 경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재정 여건과 과학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해 효율적인 전력증강이 되도록 해야 한다. 군별 이해관계를 넘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합동성·통합성 차원에서 전력을 최적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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