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면서 금융권이 뜨겁다. DLF는 독일, 미국 국채와 영국 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 등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상품인데 해당 국채 금리가 급락해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DLF 판매액은 8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피해가 클 전망이다. 다음 달 중순 이후 줄줄이 만기가 도래하는데 그 사이 금리가 급반등하지 않으면 투자금을 대부분 날리는 경우도 상당수일 거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 되자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번 사태는 10년 전 수출 기업들에 재앙이었던 키코(KIKO)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키코는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상품이다. 원·달러 환율이 약정한 일정 구간 안에서 움직이면 가입자에게 이익이지만 환율이 약정 구간을 벗어나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금융사들은 2007년부터 키코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했는데 이듬해 세계 금융위기로 환율 변동이 심해지면서 문제가 터졌다. 환율이 급등한 결과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큰 손실을 봤고 심지어 도산하는 곳도 나왔다. 우량 중견기업들도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2010년 금감원 조사에서 키코 가입 기업들의 손실 규모는 3조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피해액이 10조원이 넘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피해 기업들은 은행들이 키코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가입을 부추겼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2013년 불공정 계약이 아니다고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피해 기업 10곳 중 1곳 정도만이 개별 소송에서 손해액의 일부를 배상받은 게 고작이었다.

금감원은 DLF 피해 실태를 조사하는 한편 다음 달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불완전 판매 여부를 가릴 방침이다. 불완전 판매는 고객에게 금융상품의 기본 내용 및 투자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것으로, 2009년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위배된다. 투자자들은 은행 측이 ‘원금 손실 가능성은 없다’며 가입을 적극 권유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투자의 최종적인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는 금언이 있지만 금융사가 항상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판매자의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한다. 그래야 선의의 피해자를 줄일 수 있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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