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듀공 마리암이 발견된 것은 지난 4월 29일 태국 남부 관광지 끄라비 해변이었다. 어미에게 바짝 붙어다니는 습성과 달리 무리와 떨어져 탈진한 상태로 구조됐다. 생후 5개월로 추정되는 암컷이었다. 듀공은 유일한 초식성 해양 포유류로 멸종위기종이다. 마리암은 아랍어로 ‘바다의 숙녀’라는 의미라고 한다.

듀공 서식지로 유명한 코 리봉 섬 보호구역으로 옮겨진 마리암은 어미 대신 인간에게 기댔다. 하루 15차례 우유와 해초로 식사를 하며, 해양 적응훈련을 받았다. 친척뻘인 바다소들과는 좀체 어울리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해양생태전문가가 다가가면 마치 어미 품을 파고 들 듯 안겼다. 밋밋한 어미의 모양을 닮은 때문인지 요트 밑바닥에 몸을 밀착하고 헤엄을 치기도 했다.

마리암이 사람에게 코를 비비대는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뒷다리와 등지느러미가 없고 머리와 몸통이 한데 연결된 뚱보 모습의 마리암은 태국인들에게 환경보전의 상징이 됐다.

마리암은 지난 17일 새벽 숨을 거뒀다. 발견된 지 넉 달도 되지 않았고 70이 넘는 평균수명으로 볼 때 젖먹이여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인은 위장에 생긴 고름과 패혈증이었다. 부검 결과 위에서 최장 20㎝짜리를 포함한 플라스틱 조각 여럿이 발견됐다. 1주일 전부터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마리암은 드문 친화력으로 인간의 사랑을 받았지만, 생태계 최강자의 무책임한 해양쓰레기 투기로 희생됐다. 태국 신문 방콕포스트는 “마리암의 비극적 죽음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야 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증거”라는 사설을 실었다. 듀공은 원주민들의 식량원이었다. 어금니는 장식물로, 기름은 방부제로 사용됐다. 최근 보호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배에 부딪히거나 저인망 그물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 수질오염으로 해초가 사라지는 것도 멸종을 부추긴다.

마리암은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박힌 바다거북을 떠올리게 한다. 이뿐 아니다. 지난 2월 스페인 해변에 밀려온 새끼 향유고래 사체에서는 30㎏ 넘는 플라스틱이 수거됐다. 2010년 미국 시애틀 근교에서는 수술용 장갑과 골프공 등을 잔뜩 삼킨 고래가 발견되기도 했다. 마리암의 비극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한국은 2010년 기준 1인당 폐플라스틱 배출총량이 한 해 132.7㎏으로 세계 3위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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