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유지 자체가 목적 아니라면 써 먹어야… 지금이 노동개혁과 규제혁신 기회
국익 위해 지지층 좋아하는 정책만 시행말고 반대하는 정책도 펴 중도 지지 받아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보면 뭔지 모르지만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지율을 조작했다거나 특수한 기법을 동원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야당이 조사하는 대통령 지지율도 비슷한 추세로 나온다. 다만 정권 차원에서 지지율에 노심초사하면서 국정 운영의 초점을 지지율에 맞추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지율은 중요하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국정 동력도 떨어진다. 야당과 보수 언론은 물론이고 중도나 진보 언론까지 일제히 비판한다. 관료사회는 움직이지 않고 정책도 먹혀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임기가 끝날 때까지 지지율만 유지하면 될까. 그러면 성공한 대통령,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는 것일까.

최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계기로 두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재임 당시 그렇게 조져대고 심지어 정권이 무너지길 바라는 것처럼 저주를 퍼부었던 보수 언론들마저 두 대통령을 칭송하고 있다. 이는 두 대통령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런 식으로라도 비교를 해서 문 대통령을 비판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사하는 것이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지지자들이 싫어하는 정책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도 감수했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지지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파병이나 대연정 제안을 했다. 한·미 FTA도 진보 세력이 반대했지만 밀어붙였다. 이 결과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한·미 FTA와 이라크 파병 등은 노 전 대통령의 최대 업적이 됐다. 반미면 어떠냐고 했던 그다. 하지만 국익을 위해 자신의 이념이나 고집을 접었다. 그가 제안했지만 실패한 야당과의 대연정도 사실은 지금의 정치권이 추구해야 할 최대 과제인 협치를 의미한다. 이 역시 당시 여당과 지지자들이 몹시 반대했다. 김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사면을 주도하고 화해했다. 자신을 죽이려 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위해 기념관을 지었다. 광주시민과 진보 단체 등 지지자들이 극도로 싫어하는 것을 골라서 한 것이다. 한·일 관계의 미래를 위한 위대한 결단처럼 칭송받는 김대중-오부치 선언도 당시에는 반대와 시큰둥한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일본의 대중문화가 들어오도록 문호도 개방했다. 일본 문화가 한국을 점령할 것이란 당시 우려와 반대로 일본에서 한류 열풍이 불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끝날 때까지 지지자들이 좋아하는 정책만 펼 것인가. 그리고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 자체에 목적을 둘 것인가. 돈도 갖고 있기만 하면 안 되듯 지지율도 정책추진 동력으로 써 먹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 요즘 규제혁신이나 노동개혁 같은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임기 중반이지만 아직 50% 정도의 지지율이 남아있고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위기감이 높아진 지금이 구조를 개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지 모른다.

다만 이런 개혁들을 추진하려면 지지층의 반대를 각오해야 한다. 택시업계 표를 의식해 타다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가 좌절되고, 그렇게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해도 노동계를 의식해 시도조차 못해서야 되겠는가.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ILO 협약 비준 같은 노동계가 좋아하는 정책을 추진할 때 노동계가 반대하는 대체근로제 같은 정책을 맞바꾸는 딜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쉽게 생산라인을 점거하고 파업을 하는데 대체근로는 금지돼 있다.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과 아프리카 말라위뿐이다. ILO조차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노동개혁처럼 진보 단체가 반대하는 정책일수록 보수 정부보다 진보 정부에서 추진하는 것이 저항이 적고 효과가 크다. 경제 강국이 된 독일도 그랬다. 노동시장 유연성 등을 골자로 한 독일 최대의 개혁 프로그램인 슈뢰더 총리의 어젠다2010도 최대 지지세력인 노조 등의 광범위한 저항속에 이뤄졌다.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갇혀 있으면 안 된다. 중도로 나와 중간층을 두텁게 해야 한다. 야당도 더 만나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 결국은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서 협치와 화해의 물꼬를 틀 수밖에 없다. 노동개혁과 규제혁신, 야당과의 협치는 어떻게 보면 평화경제보다 더 시급해 보인다. 국가의 비전인 평화경제를 누가 반대하겠는가. 다만 타이밍이 문제다. 지금은 불확실한 미래의 비전만 강조할 때가 아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나중에 돈 벌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처럼 들린다. 당장은 배고플 때 밥 한술 떠주는 정책들이 더 필요해 보인다.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다양하고 실용적인 정책조합을 구사하기 바란다. 지지자들이 좋아하는 정책만 시행할 것이 아니라 국익과 실용을 위해 지지자들이 싫어하는 일도 해야 한다. 그러면 중도 성향의 지지층이 두터워져 지지율도 올라갈 것이다.

논설위원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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