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내에 사는 50대 남자가 친구로부터 골프 가자는 전화를 받았다. 이 남자는 티오프 시간과 골프장이 어디인지 물었다. 40분 거리에 있는 골프장이었다. 이 남자는 안 간다고 했다. 연락한 친구는 그러면 집으로 데리러 가겠다고 해서 겨우 합류했다. 이들은 골프를 치기 위해 40분 이상 운전해 간다는 것은 웬만큼 중요한 일이 아니면 시도하지 않는다. 새벽에 1~2시간 운전하고 안개 때문에 페어웨이도 보이지 않는데 티박스 바닥에 붙인 방향을 알리는 화살표를 보고 티샷하는 육지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내가 사는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한 주민은 올해 제주시에 두 번 갔다. 한 번은 부인이 시내 병원에 가는데 동행했고 다른 한 번은 자녀들이 자신의 생일잔치를 제주 시내 음식점에 예약하는 바람에 다녀왔다. 그 사람 평생 활동반경은 낮에 근처 밭에서 일하고 저녁이면 하도리 포구에서 친구들과 배 타고 나가 낚시를 하는 것이다. 요즘 한치 낚시에 빠져 있다. 웬만해선 하도리를 벗어나는 일이 없다. 이들에게 제주시는 너무 먼 곳이다. 구좌읍 하도리에서 제주시청까지 내비게이션 거리로 대략 34㎞고 자동차로 50분 거리일 뿐인데. 제주도 사람들은 무엇을 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는 이동시간 한계는 20분이라고 한다. 직장 출퇴근은 20분 이내여야 하고 점심이나 저녁 식사 약속은 20분 넘는 곳까지 찾아가는 일이 없다. 구좌읍에서 제주 시내 중고등학교,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대부분 제주 시내에서 하숙이나 자취한다. 30분 넘게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거나 통학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나는 제주 사람들의 이런 거리감 원인이 과거 불편한 도로를 불편한 교통수단으로 이동했던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제주도 해안마을을 연결하며 제주도 섬을 한 바퀴 도는 일주도로가 왕복 2차로로 포장된 때가 1970년이고 왕복 4차로로 확장된 때가 1999년이다. 포장 이전 제주도 일주에 12시간 걸리던 것이 3~4시간으로 단축됐다. 제주도 차량도 급속히 늘어 2009년 24만대에서 2018년 2배가 넘는 55만대가 됐다. 제주도에서 이동이 불편하다고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제주 사람들이 생각하는 원인은 다른 데 있는 듯했다.

며칠 전 세화리 사는 친구에게 물어볼 일이 있어 전화했더니 “지금 외방에 나왔다”고 했다. 외방 어디냐고 하니 송당이라고 했다. 세화리에서 20분 거리다. 세화리 사람이 송당의 식당에서 밥 먹으면 송당 사람들이 “쟤가 왜 송당에 와서 밥 먹어”라는 의미를 담은 눈총을 받아야 한다. 더 오래전이라면 어떤 구실로라도 시비를 걸어 몸싸움까지 가는 일이 허다했다고 한다. 그들이 외방에 있다는 말은 과장하면 ‘위험한 지역’에 와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외방에 대한 피해의식이 남아 있다. 외방 사람이 세화리에 와서 음식점을 개점하면 세화리 원주민이 운영하는 것보다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외방(外方)이란 자기가 태어나거나 성장한 고장이 아닌 다른 지방을 말한다. 그들이 육지에서 온 외지인이건, 제주 타 지역 사람이건 제주 사람들은 내 마을의 편익이나 소득원 등을 외방 사람이 와서 함께 누리는 것을 경계하는 의식이 오래전부터 깊이 박혀 그 DNA가 아직까지 대를 물리는 듯하다. 지난봄 구좌읍 한 동호회 회원이 음식점을 열었다. 나는 회원들이 하루 날 잡아 음식점에 찾아가 함께 밥을 먹으며 축하해줄 줄 알고 연락을 기다렸는데 영 소식이 없었다. 물어보니 대부분 개업 부조만 하고 방문한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그 음식점이 외방인 성산읍에 있기 때문이었다.

박두호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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