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대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저학력에 사회 경험이 없는 경우가 상당수다. 고학력이어도 경력 단절에다 나이가 많아 생산성이 낮다. 이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제한적이다. 전업주부의 연장선인 청소·요리·간병 등 ‘저숙련 서비스업’이 대부분이다. 비정규직인데다 저임금에 시달리다 보니 부업이 아닌 생계부양자로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면 불안한 일자리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남편이 ‘생계 능력’을 잃은 후 노동시장에 뛰어든 여성 생계부양자들의 은퇴 시기가 점점 늦춰진다. 자식을 다 키웠어도 노후 준비가 부족해 ‘생계 전선’에 계속 머물거나 재진입하고 있다. 이런 배경을 반영하듯 최근 50~60대 여성의 고용률과 임금근로자 수·비정규직 수는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중장년 여성 생계부양자의 문제는 복합적이라고 본다. 학력이 낮고 노동시장 이력이 짧은 이들의 취약성, 여성 생계부양자를 2차 소득원으로 보는 ‘부업’ 위주의 일자리, 경기 부진과 고령화, 저숙련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와 공급 등 여러 요인이 얽혀 있다.

이렇다 보니 해법도 간단하지 않다. 여성 생계부양자를 대상으로 하는 재교육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병행해야 하고, 수요가 늘고 있는 요양서비스업 등에서의 일자리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0~60대 여성이 일자리 선택지를 늘리기 어려우니 ‘저숙련 서비스업’ 일자리 자체의 질을 높여보자는 것이다.

경기가 부진의 늪에 빠져들면 여성 생계부양자의 ‘부가노동’이 출현한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경기가 어려워지고 남편의 실직 등으로 생계가 어려워지면 여성이 추가로 노동시장에 나오는 ‘부가노동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여성 생계부양자는 ‘반찬값’인 부업과 ‘밥줄’인 생업 사이를 오간다. 사회적 시선은 이들을 부업으로 돈을 버는 ‘2차 소득원’으로 본다. 하지만 전적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1차 소득원’도 많다. 남재욱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기혼 여성을 가정의 1차 소득원이 아닌 2차 소득원으로 보는 시각이 있어 ‘허드렛일’이 많다”며 “실제 따져 보면 1차 소득원인 생계부양자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여성 생계부양자 가운데 50~60대는 특히 취약하다. 남 부연구위원은 “50~60대 여성은 노동시장 이력이 없고, 경력이 있다고 해도 나이가 많아 취업이 어려운 계층”이라며 “요양보호사, 한식 조리사 등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대부분 저숙련 서비스업에 한정돼 있다. 저임금에 고용이 불안정한 힘든 일자리”라고 말했다. 안태현 서강대 교수는 “40대 이상의 여성은 고학력이어도 가사만 전담했다면 노동시장에서 저학력 여성과 차별점이 없는 취급을 받는다.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저숙련 서비스업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일자리의 질은 열악한데도 여성 생계부양자의 은퇴는 지연되고 있다. 유 전 청장은 “베이비붐 세대 여성들이 부가노동에 뛰어들었다가 자식에게 기댈 수도 없고, 노후 준비도 미흡해 임금노동을 그만두지 못하거나 노동시장에 재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을 도와줄 방법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객관적으로 중장년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단 재교육을 통해 선택 가능한 일자리 범위를 넓혀주는 걸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젊은 세대도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익히는데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감안하면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중장년 여성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남 부연구위원은 “이들에게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가르칠 수 없다”며 “현실적으로 재교육이 가능한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들에게 적합한 업무를 찾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교육을 뒷받침할 사회안전망도 필요하다. 남 부연구위원은 “직업훈련을 받는 동안 ‘돈’을 벌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한 소득을 보충해 줄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취업 여부와 근로시간이 들쭉날쭉한 사람에게도 실업급여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유연성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유 전 청장도 “정부의 노인 단기 일자리가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근본 대책은 아니다”며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와 사회보험료율 인상 등 사회 안전망에 대한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숙련 서비스업’ 일자리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50~60대 여성의 고용이 증가하는 배경에는 전업주부가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공급 요인’도 있지만, 요양·간병서비스 등에 종사할 인력을 필요로 하는 ‘수요 요인’도 있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은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면서 복지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별한 기술이 없는 50~60대 여성들이 이 분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전 원장은 “집안 사정이 기울어져 전업주부가 노동시장으로 나오는 공급과 이런 수요 요인이 만나면서 중장년 여성 고용률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장년 여성이 몰리는 저숙련 서비스업 일자리를 허드렛일로 방치하지 말고, 임금과 고용 불안을 해소해 괜찮은 일자리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며 “이렇게 하면 새로운 일자리 시장이 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상민 KDI(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중장년층이 유입되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어떻게 보면 일을 하고 싶어하는 중장년 여성이 있는데, 갈 수 있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은 나쁜 현상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엄 부연구위원은 “산업구조 변화와 맞물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들을 다른 일자리로 보내기보다는 현재의 일을 더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신준섭 이종선 전성필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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