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에 네일아트 전수 더 나은 내일 그려가요

기독 NGO 열매나눔재단 ‘더나은네일’

서울 중구 퇴계로 열매나눔재단 1층 네일아트센터 ‘더나은네일’에서 지난 20일 네일아트 훈련에 참여 중인 한 싱글맘이 고객의 손을 매만지며 작업하고 있다. 열매나눔재단 제공

지난 20일 서울 중구 퇴계로 열매나눔재단(대표이사 이장호 목사) 1층 메리맘(MerryMom) 네일아트센터 ‘더나은네일’. 안으로 들어가니 알록달록한 매니큐어들이 하얀색 선반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두 명의 직원이 하얀색 마스크를 쓰고 고객들의 손을 정성스럽게 매만지며 작업했다. 솜에 알코올을 묻혀 양손을 소독한 뒤 손톱을 깨끗하게 정리했다. 오일과 영양제 등을 바른 뒤 하늘색과 파란색 매니큐어를 하나씩 꼼꼼하게 칠했다.반짝거리는 은색 매니큐어로 덧칠까지 해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했다. 이어 매니큐어가 잘 마르게 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초등학생 자녀 두 명을 둔 30대 후반의 한부모여성가장(싱글맘) 이모씨는 “아이들을 부모님께 맡기고 이곳에서 기술을 연마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중”이라며 “이론으로만 알던 기술을 실전을 통해 배우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싱글맘의 외로운 홀로서기 지원

2007년 설립된 기독 NGO 열매나눔재단은 소외된 이웃이 자립해 다른 이웃을 돕는 건강한 나눔 생태계를 만들도록 지원한다. 재단은 네일아트 자격증을 소지한 싱글맘 등 저소득 여성 가장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네일아트센터 ‘더나은네일’을 2017년 4월 오픈했다.

네일아트는 일정 수준의 기술을 연마하면 2500만~3000만원 정도의 소자본으로도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네일 관련 교육이 많아 싱글맘도 국가공인자격증을 취득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기술 숙련에는 시간이 걸린다. 네일숍은 보통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생계와 육아 모두 책임져야 하는 싱글맘들은 이렇게 긴 시간 일하는 게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네일아트 자격증을 갖고 있는데도 활용하지 못하는 싱글맘이 많다.

더나은네일에서는 싱글맘들이 육아에 부담을 갖지 않도록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하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했다. 싱글맘들은 이곳에서 상근하는 원장의 도움을 받아 6~7개월간 기술을 연마하며 활동 장학금으로 월 95만원을 받는다. 지금까지 10명이 인턴과정을 수료했고 이 중 3명이 창업, 6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현재 3명이 인턴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30대 초반의 싱글맘인 최지혜(가명)씨도 이곳을 거쳐 지난 6월 서울 홍익대 인근에 네일숍을 오픈했다. 그는 “낮은 임금을 받으며 매일 10시간 이상 일해야 하는 환경에서 홀로 육아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면서 “거듭 고민하다 지난해 초 더나은네일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2008년 전문대 미용과를 졸업한 최씨는 졸업 즈음에 미용국가공인자격증을, 2017년 3월엔 네일아트 국가공인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네일숍에서 6개월 정도 근무했지만 잡무가 많고 기본적인 네일케어 업무만 하다 보니 실력을 쌓기가 어려웠다. 퇴근 시간이 너무 늦어 어린 자녀를 돌볼 여력도 없었다.

최씨는 지난해 초부터 6개월 동안 더나은네일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원장에게 직접 기술을 배우고 손님을 상대하다 보니 실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홍대 거리 미용실의 한쪽을 빌려 ‘숍인숍’ 형태로 네일숍을 운영했다. 보증금은 100만~300만원 정도여서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그동안 쌓인 기술에 타고난 감각까지 더해져 짧은 시간에 실력이 향상됐다. 가격에 비해 퀄리티가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단골손님들이 많아지자 창업에 도전했다. 최근 인턴과정을 수료한 한 싱글맘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최씨는 “주체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면서 자존감이 높아졌다”며 “염료사업으로 바울의 선교를 후원하던 루디아처럼 네일숍을 통해 선한 영향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싱글맘 등의 자립을 위해 2017년 4월 오픈한 센터의 전경. 열매나눔재단 제공

진로 준비하며 자존감 회복

취업 시장에서 현실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싱글맘들은 이곳에서 진로에 대한 큰 그림을 세우며 자존감을 회복한다. 재단은 창업 교육 및 컨설팅, 창업 후 사업관리 등 창업 구상부터 실제 창업까지 단계별로 지원하며 싱글맘이 안정적으로 육아하도록 돕는다. 매월 10만원씩 자립지원금을 제공하고 매장을 내면 기본설비비로 300만원을 무상 지원한다. 창업자금으로 최대 2500만원까지 대출도 해준다. 개인 편차가 있지만 네일아트 기술 훈련에 필요한 기간으로 취업반은 4개월, 창업반은 6개월로 보통 잡는다. 상·하반기 워크숍을 통해 싱글맘끼리 교제하며 각종 정보도 교환할 수 있다.

김향영 네일아트센터 원장은 “엄마라 그런지 정신력이 강한 싱글맘들은 단기간에 기술을 습득한다. 손님들도 이들의 기술에 80% 이상 만족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재단 담당자인 서나래 팀장은 “창업이 유일한 생계가 되면 경제적으로 부담될 수 있기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취업도 권유한다”고 말했다.

재단은 이 외에 저소득 여성 가장을 위한 부채 상담 지원, 취약계층 아동 조식 지원, 쪽방촌 지원, 북한이탈주민 가정 돌봄 지원, 평화통일 교육, 사회적기업 지원사업 등을 하고 있다. 서 팀장은 “소외 이웃들이 지속가능하면서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려 한다”면서 “최고의 자선은 자립을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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