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김재중]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靑이 풀어야


유럽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광장을 자주 만난다. 광장은 그 주변에 시청과 궁전 등 주요 시설이 들어서고,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팔면서 도시의 중심이 됐다. 자연스럽게 광장에서 소통이 이뤄지고 여론이 형성됐다.

한국은 광장의 역사가 짧다. 하지만 우리만의 광장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서울광장은 응원을 위해 모여든 시민들의 붉은 물결로 전 세계에 한국의 열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또 2016년 11월 광화문광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 촛불로 한국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알렸다.

그런데 최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이 사업은 광화문 일대 역사성을 회복하고 세종문화회관 앞 차로를 광장으로 편입해 보행 공간을 확장하는 새로운 광화문광장 프로젝트다. 노무현정부 때부터 논의해 왔고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해 100대 국정과제로 채택된 서울시-중앙정부 공동사업이다. 서울시는 새로운 광화문광장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 1월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을 발표했다. 이후 서울시와 행안부는 성공적인 광화문광장 조성을 위해 청와대 주관으로 수차례 차관급회의를 열고 기관 실무협의를 진행해 왔다.

그런데 행안부가 갑자기 제동을 걸고 나섰다. 행안부는 지난달 30일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국민과 시민의 폭넓은 이해와 지지, 대표성 있는 시민단체와 전문가의 참여 속에 추진되어야 한다”며 “전반적인 사업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행안부 의견을 경청하고 대부분의 요구를 수용했는데도 행안부가 공문까지 보내 반대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당일 임시도로 개설 관련 지구단위계획을 고시해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종합해보면 서울시는 2021년 5월까지 사업을 완료하기 위해 속도전을 벌이고 있고, 행안부는 내부 불만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를 근거로 속도조절을 요구하고 있다. 행안부가 교통대책, 정부서울청사 어린이집 문제 등 이해관계자들과 시민들의 이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서울시가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을 얻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옳다. 그렇다고 공문까지 보내 사업에 제동을 걸 정도의 본질적인 부분은 아니다. 서울시와 추가로 협의하면서 접점을 찾아갈 수 있는 사안이다. 더욱이 지방분권 확대를 강조해온 행안부가 비본질적인 문제를 부각해 지자체의 야심 찬 사업에 제동을 거는 모습은 옹졸해 보인다.

2016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역 고가도로를 보행길로 만드는 ‘서울로 7017’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당시 박근혜정부가 문화재청과 경찰청을 동원해 간섭했지만 결국 승인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태클을 걸고 나서는 것은 뭔가 석연치 않아 보인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가 성공할 경우 박 시장의 최대 치적이 될 것을 우려해 그를 견제하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구심마저 든다. 조선시대 600년간 국가의 상징적 공간이자 3·1운동, 4·19혁명,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현장이었던 광화문광장의 역사성을 되살리고 시민들에게 열린 광장으로 되돌려주겠다는 재구조화 사업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행안부 고위관계자도 “교착상태지만 풀 수 없는 갈등은 아니다”고 했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소통을 강화해 이견을 해소하고 행안부도 협조해서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두 기관의 힘겨루기로 비치는 상황을 청와대가 강 건너 불 보듯 해서는 안 된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문 대통령이 2017년 4월 박 시장과 함께 광화문광장을 걸으며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후 국정과제로 추진돼 왔다. 청와대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김재중 사회2부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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